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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10/13 17:59 | 추천 10 | 조회 126

가족회사 재회#32 +1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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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장이 당황해서 더듬더듬 말했음.

예나 지금이나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게 있음.


냥이 형은 언제나 절벽에서 2걸음 앞 까지만 가는 사람임.

그리고 나는 이미 절벽을 뛰어내린 상태.


그의 화려한 혀가 제 기능을 발휘하는건 딱 절벽 2걸음 앞 까지임.


"여...여기는 임...임마..! 그래도 회사야!! 너랑 나랑 그래..사적으로는 형 동생 사이지만..너 임마..선이라는게 있어."


"선? 그놈의 선은 필요에 따라서 형동생 했다가 불리하면 대표랑 연구소장 됐다가 하는건가보죠? 그래 씨X 형이라고 치자. 형? 지금 나랑 학창시절 처럼 호형호제 하자고 씹테크에 불렀어?"


"그건 아니지...그래도 새.꺄..;; 와아...너 왜이렇게 흥분하냐??"


"내가 이 나이 먹고 사회생활 하면서 씨X 소리를 들었는데? 흥분 안합니까?"


"야...;; 섭섭하다. 그래도 우리 관계가 있는데! 형 동생 사이에 형한테 그정도 욕은..$!#$! 그거 한번 져주기 어렵냐..?"


"대표님?"


"....왜?"


"회사에서는 뭐. 져줄 수 있어요. 어렵지 않지. 그래도 나한테 월급주시는 분이신데."


".........."


"근데 말입니다. 대표님. 회사 울타리 벗고 '사회'밖으로 나오면 당신한테는 가위바위보도 져줄수 없어요. 왜 그런지 알아요?"


"............"


"나도 대표거든. 형님만 대표가 아니야. 나는 저 먼 외국땅에서 나 하나만 바라보고 건너와준 우리 집사람한테 대표고. 퇴근하면 쪼르르 달려오는 우리 5살 꼬맹이 한테도 대표야. 근데 감히 나한테 씨X? 씨X이라고? 내가 짓 밟히는걸 내새끼가 알면? 아빠의 희생이 고마울까?? 아니면 두고두고 아빠한테 미안할까!? 그래놓고 나보고 흥분했다?"


"그...아...미...미안하다...내가 흥분해서...생각이 짧았어.;;;"


"뭐 사람이 실수 할 수 도 있겠죠. 근데. 욕은 하지 맙시다."


"그래..고맙다."


.............


고맙기는 쉨기가. 여전히 정신승리 오지네. 입장바꿔 나라도 고마울리가 없는데.

영화 해바라기 마지막 장면에서


"병진이형 나가있어. 뒤지기 싫으면"


"고맙다 태식아."


영화적 서사와 병진이와 태식이의 관계를 본다면 병진이가 정말로 고마워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음.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게 있다면, 병진이 형이 절름발이인 이유는 태식이 때문임.

태식이한테 젊은시절 당해서 절름발이가 된것.


세상의 어느누가 자신을 절름발이로 만든 사람에게 좋은 감정이 있겠음?

병진이가 태식이에게 당하고 '개과천선'을 해서 일반인의 세계로 옮겨갔었다면

사람이 변해서, 묵은 감정이 희석되었다 생각해 볼 수 있음.


하지만 병진이는 절름발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폭력 세계를 떠나지 않았음.

여전히 자기보다 약자들에게는 깡패 그 이하도 아닌 하남자임.


마지막 병진이 형의 감사 인사는 그런 의미임.

자신을 사지로 몰아넣지 않고 '살아서 나갈 기회'를 준 압도적인 포식자 앞에서의 안도감.


병진이가 태식이 앞에서 느꼈던 건 감화나 감사가 아니라,

자신의 약함이 선명하게 드러난 순간 느낀 압도적인 공포와 치사한 생존 본능,

그리고 그 자리를 피하기 위한 '정신승리'였을 뿐임.


..............



"할말 있으면 마저 하시고요."


"그래.. 인마야. 현장대응 업무는 정말 안되는거냐? 어려운거야?"


"제가 처음 회사올때 말씀드렸을 텐데요? '용역사업' 하실거면 미리 말해달라고요. 기억나요?"


"어...어어.!! 기억나지."


"그때 대표님 저한테 뭐라고 했습니까?"


"..........."


"우리는 검사장비 사업한다고. 자체 기술로 개발장비 만들어서 사업하려고 저 데리고 왔다고 안했습니까? 용역 몸빵 시키려고 한게 아니라. 그러실거면 그냥 말해요. 우리야 관두면 되니까. 형님한테 원망 1도 없어요. 노력해 봤는데 안되는걸 어떡하겠어."


안되겠지. 애초에 모회사랑 '합병'이 가능헀던 이유가

소프트웨어 인력과 연구소 간판 덕분인데. 지금 우리가 관두면 새되는건 님들이니까.


경영자가 밑에 직원을 자르는건 누구나 거스를 수 없는 절대 권력임.

그 절대 권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대표라는 직함에서 오는게 아님.


바로 피고용인의 마음속에 들어있는 '고용불안' 임.

대표의 권력은 그런 피고용인들의 불안 심리에서 나오는 것.


"인마야! 무슨 그런소릴 하냐!? 이제 모회사도 있어. 우리만으로는 어려웠지만 이제 모회사 통해서 더 많은 고객들 컨텍 가능한 상황이야. 이번에는 내가 잘 몰라서 햇갈렸어. 우리는 자체개발 해야지? 조금만 더 해보자. 응?"


애초에 나와 통풍이는 '고용불안' 따위 없는 사람들임.

그러기위해 열심히 일했고, 열심히 공부하며 실력을 쌓았음.


애초에 냥이 형이 우리 연구소를 쥐고 흔드는게 불가능한 판이었음.


물론 대표 입장에서는 인간적으로 성격이 너무 안맞아서 감정적으로 잘라버릴 수 있음.

어차피 못먹는 거. 갔다 버려도 다른 놈으로 대체 하면 됨.


하지만 씹테크의 규모는 개발자의 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 함.

어떤 개발자가 팀 규모 0명인 회사에 지원해서 오겠음?


그리고 나는 냥이형의 현재 심리를 잘 알고있음.

그의 상황을 비유하자면 '부시맨이 원숭이를 사냥하는 우화'로 표현가능함.


부시맨이 근처 원숭이 앞에서 원숭이 손이 겨우 들어갈만한

작은 구멍이나 바위틈에 곡식이나 먹을것을 넣어두고 거리를 벌림.


눈치보던 원숭이가 다가와 구멍에 손을 넣고 곡식을 움켜쥠.

손을 펼치면 다시 손을 뺄 수 있지만 욕심많은 원숭이는 움켜진

손을 펴지 못해 손을 빼내지 못함.


부시맨이 다가가 구멍에 손이 끼어 꺅꺅 거리는 원숭이를 생포함.


내 눈에 냥이 형은 모회사의 작은 구멍에 손을 집어넣고

연구소라는 쌀자루를 움켜 쥔 채로 꺅꺅 소리를 치며 여기저기 쥐어터질 모양새임.


현실을 깨닫고 연구소라는 쌀자루를 포기하면, 본인의 자존심도 지키고

무지한 경영진들도 엔지니어링 지식 없이 마음편히 일할 수 있었을 거임.


'을사'일주 그의 냉각수 없이 달리기만 하는 그 욕심이

씹테크를 불태워나가는 미래가 예측되는건 기분탓일까?

[저 불..내가 꺼주면 모두가 죽지않고 살 수 있지 않을까?]


"그걸 하려면 지금처럼 영업하면 안됩니다. 전략 자체가 안맞아요."


"그러니까 이번주 금요일에 내려오라는거야. 너네가 생각하는 문제점이나 경영진들이 바라 볼 영업방향에 대해 연구소 의견을 달라는 거지..!"


"알겠습니다. 준비해서 뵙겠습니다."


"그래. 인마야. 어쨌든...오늘은 미안했다."


"네. 알겠습니다."


'저도 죄송했습니다.' 같은 헛소리는 하지 않았음. 사과는 잘못한놈이 하는거지

주고 받는 거래가 아님.



***



흡연장에서 조용히 전화를 끝내고 사무실로 돌아오니

통풍이가 잔뜩 주눅든 얼굴로 애써 태연한척 말을 걸어왔음.


"왜? 대표님이 뭐래?"


"아. ㅎㅎ 씨파 욕 박길래 나도 욕박았지 ㅋㅋㅋ"


".........;;;;;;"


"괜찮아. 얘기 잘 됐고, 앞으로 되도않은 현장몸빵 영업 안따올거야."


"오?"


"그리고 우리도 준비할게 있어. 이번주 금요일에 십테크 본사 갈건데, 앞으로 우리 회사가 비전장비를 영업하려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지? 기존에 영업방향의 문제점이 뭔지? 정리해서 경영진들이랑 같이 논의를 해보자고 하더라고."


"아 진짜? ㅋㅋ 역시 인마핱이네. 한번 들이 박으니 뭔가 정상적으로 바뀐다? ㅋㅋ"


"진짜 정상적으로 만들어 보자고. 기왕지사 1년 더하기로 했던거. 제대로 해보자! 내가 정면에서 뚫었으니까 니가 좀 의견을 내서 자료 만들어."


"오케이~!!"


이런 주제라면 나도 할말이 태산같이 많음. 하지만 모든건 통풍이에게 맡겼음.

그동안 그 마음속에 쌓인 불안함, 의심, 불합리에 대해 다 쏟아내고 나면

통풍이 녀석도 속이 좀 편해질것 같았음.


..............

...........

.........


"인마야~ 어느정도 만들었어. 한번 볼래?"


"오. 빠르네? ㅋㅋ"


자료를 보니 으음...ㅋㅋ 내 생각보다 쌓인게 더 많았던 모양임.

굉장히 뭐가 많았음.


"이..이건 너답지 않게 굉장히 실랄하구만?"


"씨파. 당연한거지. 기본도 안되있는데 ㅡㅡ"


"내가 어떻게 더 거들어 줄 말이 없다. ㅋㅋㅋ 뉘앙스를 조금만 다듬자 ㅋㅋ"


자료 자체는 지난 3년간 경영진이 해온 팩트가 맞았음.

그런데 아무리 등X 같은 짓을 해도, 그게 사람의 머릿속에 기억으로 존재하는 것과

'문서화' 되어 텍스트로 기록된걸 보는건 느낌이 많이 다름.


[그래..이정도는 되어야 씹테크가 십테크로 바뀔 수 있지.]



***



이 날은 목요일이었음. 폭풍같은 하루를 보낸 후,

이제 내일이면 경영진과 미팅을 하는구나 하며 이제는 좀 제대로 해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겠다 하루를 회고하며 신축 아파트 흡연 테라스에서 담배를 피고있는데


품바 이사로 부터 연락이 왔음.


"인소장~ 퇴근하셨는가?"


"네 부사장님. 이시간에 왠일이세요?"


합병되며 품바는 부사장에서 이사로 내려왔지만,

씹테크 내에서는 부사장이라 불리는걸 좋아함.


"내일 미팅 있는거 알고있나?"


"네. 대표님(냥이 형)께 들었죠. 저희도 급하게 자료 준비했구요."


품바는 공평한 남자이기 때문에, 자신이 부사장이라 불리고 싶은 만큼

은근 냥이 형도 현직 부사장이 아닌 대표님이라고 불리길 원함.


글쓰는 나도 햇갈릴 지경.


"거긴 벌써 다 준비됐나 보네? 우리는 아직도 만들고있어.."


"이 시간에요!? 경영진들 다요?"


"냥이 빼고, 이사들 다 모여서 하고있지. 아마 밤샐거 같애."


[와. 내일 진짜 우리 십테크 제대로 자가 피드백 해보나보네?]


비온뒤에 땅이 굳는다고, 냥이 형과의 충돌이 의미가 없진 않았나 보네..

라고 생각이들 때 쯤.


품바가 슬쩍 말했음.


"저...혹시 그건 들었나?"


"뭐요?"


"내일 급작스레 박대표님도 온다는 구만...?"


뭔가 촉이 발동했음.


"아 그래요? 왜 오신데요? 미팅 참석하시는 거에요??"


"글쎄.잘 모르겠네. 그냥 간단하게 아침에 들렸다가 가시는거 같은데? 회사 한번 보려고 오시나?"


"음. 뭐 미팅 목적이 아니라면 저야 알바없죠. ㅋㅋㅋ 그분들 세계니까. ㅋㅋ"


"그래...다시 말하지만.. 박대표님 오시니까..."


"박대표는 박대표고, 비전사업부는 비전사업부죠. 뭘 눈치를 봅니까? 우리가 뭐 작당모의 해요?"


"그런게 아니라...ㅎ 그냥 알고 있으라고~ 내일 멀리서 오는데 천천히 와~"


"네^^ 일찍 가겠습니다~"


"그래;; 수고^^;;"


아. 그러니까 혹시 이렇게 되는건가?


냥이형은 분명 나에게 기존 경영진의 영업방식의 문제점과,

이후 비전사업부 영업의 방향성을 마련하여 미팅에 참석하라고

카톡에서 큰소리를 쳤음.


그리고 우리는 십테크의 밑천과 알몸을 그대로 드러내는

피드백 자료를 준비했음.


그랬는데 급작스레 모회사 박대표가 회사에 방문을 하게 된거임.


운이 없다면 회사에 방문한 박대표가 경영진들이 무슨 미팅을

하는지 궁금해 할 것이고. 호기심에 미팅에 참석했다가 십테크의 현황을 목도한다면?


비전사업부에 대한 뻥카와 포장으로 모회사의 합병을 이끌어낸 냥이 형 입장에서

과연 반가운 일일까? 절대 아니겠지.


어쨌든 '사고'라고 불릴 만큼의 변수가 터진거임.

냥이 형 입장에서는 연구소와의 미팅을 미루거나 해야 하는 상황임.


하지만 당장 오늘 나와의 막장 전화통화 이후

겨우 겨우 함께 잘해보자고 수습한 입장에서 하루만에 뒤로 빠지기에는

사건의 발생 시점이 너무 공교로왔음.


나는 생각했음.


내가 아는 냥이형이라면, 체면이 상해서 직접 내게 전화와 부탁하긴 쉽지 않을거임.

그래서 품바 이사를 통해 박대표님 방문 사실을 전달 한거임.


냥이 형도 아는거임. 눈치빠른 나라면 그게 무슨 뜻인지 알 것이라고.


"박대표님 앞에서, 나한테 불리한 내용은 가급적 하지 말아줘. 아니..그냥 미팅을 미루자고 해줘.."


냥이 형의 문제는 너무 자기한테 긍정적인 해석을 하며 세상을 살아가는거임.

세상이 자기에게 맞춰줄거라는 근거없는 기대.


그리고 매번 체면 때문에 정공법을 사용하지 못하는거임.

그냥 내게 전화해서 미팅을 다음에 하자고 한다면, 그럽시다~ 하고 끝날 일이었음.

하지만 그는 여전히 동생, 아랫사람 앞에 '체면'이 더 중요한거임.


그리고 나의 문제는 '공' 적인 일에 개인 감정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거임. ㅋㅋㅋㅋ


내 입장에서는 오히려 박대표가 오면 더 좋은거임.


비전사업부의 가능성을 믿고 합병을 해주는 모회사 대표가 이후 모회사의

수많은 리소스를 동원하여 비전사업을 진행할텐데,

작금의 십테크 상황을 파악한다면 얼마나 도움이 되겠음?


박대표 앞에서 자회사 대표의 사소한 '체면' 따위는 일말의 가치가 없음.

작은 체면을 잃는 대신, 향후 모회사를 통한 수많은 기회와 지원이 비전사업부

및 십테크 인원들의 든든한 밥줄이 되어 줄 것이기에.



***



그렇게 다음날 아침일찍 출발하여 십테크 본사 입구에서 통풍이를 만났음.

통풍이는 기대감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맞이했음.


둘이 사무실로 올라가보니 경영진들이 대회의실에서 열심히 자료띄워놓고

준비중인게 보였음.


우리가 인사하며 들어가자 품바 이사가 화들짝 놀랬음.


"아니;; 인소장;; 왜이렇게 일찍 왔어;; 내가 천천히 오라고 그랬잖아;;"


"네? 그거 일찍 오라는 뜻으로 말씀하신거 아녔어요? ㅋㅋ"


"아니야;; 아이고. 집들도 먼 사람들이 피곤스럽게;;"


"뭐. 늦는건 문제가 되더라도. 일찍 온건 문제될게 없지요 ㅎㅎ"


그러면서 화면에 띄워진 경영진들의 자료를 보았음. 그런데 내용이 조금 이상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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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테크 비전사업부 올해 상반기 예상 실적


1. PSD 창O 외관 검사기 3대 및 국내외 유지보수 수주 확보 / 기대 수익: 15억

2. OOO업체 RTR 설비 국책사업 파트너쉽 진행중 / 기대 수익: 4.5억 (향후 RTR 레퍼런스 실적 확보)


3. OOO업체 플레이트 간격 측정 검사기 20대 개발 수주 / 기대 수익: 12억


4. K테크 AOI 프로그램 유지 보수 수주 확보 / 기대 수익: 1.2억


................

............

........


나와 통풍이는 자료를 보며 뇌정지가 왔음.


[이 무슨 거짓 투성이의 허위 자료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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