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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친애하는 오유결게님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저는 이번 명절에 시댁에 안갑니다.
네. 명절 보이콧 선언했어요.
뭐 특별히 이유나 계기가 있어서는 아닙니다.
남편과도 사이좋게 잘지내왔었고 애도 잘크고 있어요.
다만 회사일에 치여 좀 여유가 없이 살았었죠.
뭐 이런 불경기에 저희 회사는 창립 이래 최대 매출이라며
눈튀어나올것같은 성과급이란것도 받아보고 하니
일이 힘들어도 열심히 하게 되더라구요.
올해 초에 회사 공동연차 공지를 봤을때
오 올해 추석 역대급인데... 하고 말았는데
설도 어쩌다보니 역대급이 되었네요.
31일은 원래 전사 공동연차였는데
27일까지 임시공휴일 지정된 걸 안 순간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어이없게도 아...시댁 가지 말아야겠다
였습니다.ㅋㅋ
결혼하고 약 3년까진 뭐 명절마다 쌩 난리브루스를 춰댔는데
그후로는 그냥 체념하고 묵묵히 다녔지요.
대신 그전에 연휴 길면 시댁에서 4박도 하고 6박도 하고 했던거를
무조건 2박만 하고 오는걸로 고정.
결혼초엔 그렇게 북적이던 시댁도, 몇년 지나면서
시조카들도 커가면서 잘안오게 되고, 점점 소박한 명절로 변했어요.
그리고 저는 시댁에 오래 있다가 올라오는 길에
잠깐이라도 들리던 친정을 몇년째 아예 안들리게 되었어요.
왜냐면 친정이라는 "공간"이 없어졌거든요.
이혼 후 좋은분 만나 새가정 꾸리신 엄마.
혼자 사시지만 너무너무 바빠 얼굴 보기 힘든 아빠.
친정부모님과는, 명절 전후로 한번씩 만나
밥한끼 먹고 차한잔 마시고 헤어지는
담백한 사이로 지내게 되었죠.
처음엔 많이 속상해하고 우울하기도 했던 거 같아요.
아무때나 돌아가도 편히 쉴 수 있는 곳이라던가
내마음의 고향이라던가 그런식으로 "친정"이라는 곳의 이미지를 미화해놓고
다시는 가질 수 없는 영원히 잃어버린 어떤 것처럼
상실감에 몸부림치던 것도 뭐... 예전 일입니다.
지금은 그저 부모님 두분 비록 같이 안사시지만 각자 행복하시고
두분 다 건강하시다는 거에 감사하고 있어요.
으음...각설하고.
남편은 명절이 길때마다 짐짓 눈치없는 척 묻던걸 이번에도 묻더군요.
예를 들어 명절이 수요일인데 연휴가 일월화수목이다, 라고 하면
언제 출발할까 일요일에 출발할까~? 라고 운을 띄웁니다.
그럼 저는 칼같이 화요일 아침 출발 목요일 아침 귀가라고 못을 박아요.
그럼 남편은 아쉽다는듯 그래 너말대로 해야지뭐~ 라고 하는 패턴.
어쨌든 연휴 전날은 음식장만 도우러 가야하고,
당일엔 차가 너무 밀려서 엄두를 못내겠고,
그냥 하루 더 자고 다음날 출발하는 걸로 몇년째 고정해왔습니다.
결혼 7년차. 수차례 명절, 생신, 김장등을 보내면서
남편도 많이 변했죠. 자기가 나서서 설거지도 하고
제가 뭔가 하고 있으면 눈치보며 옆에 와서 도와요.
시어머니도 더이상 저한테 뭐 하자고 안하시고 그냥 본인만 조용히 일하세요.
저도 입 꾹 다물고 그냥 내가 할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를 하자는 느낌으로
몇번의 명절을 보내왔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절 몇주전부터 기분은 급격히 가라앉고
남편과 아이가 제눈치 보는걸 뻔히 알면서도 버럭 짜증을 내게 되고
막상 다녀오면 꼭 한두가지씩 생겨나는 서운함에
언제는 다녀온 다음날 한끼도 먹지않고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있던 적도 있네요.
시간이 많이 흐르면서, 더이상 시댁은 불편하고 낯선 곳만이 아닌
익숙한 곳이 되어가고, 내 마음을 아프게 하던 시어머니의 막내아들도
어느새 눈치보며 마누라 옆에 붙어있는 기특한 모습을 보일 정도로 성장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댁에 들어설때마다 치가 떨리게 "이공간이 싫다"는 느낌.
나에게 잘해주고 나를 어렵게 대해주시는 시댁식구들께 느끼는
이유없는 죄책감. 자괴감.
몇년간 이 마음에 혼자 괴로워하다가
어느날부턴가 조금씩 깨달아가기 시작했어요.
나름 결론 내리고 혼자 정리해보기를
첫번째는, 결혼초 스스로 자초한 부당한 대우에 대한 트라우마.
두번째는, 시댁에서의 내 모습 내 역할에 대한 불만족.
어쨌든 시댁에서의 저는 누구엄마, 누구마누라, 누구며느리니까요.
저는 설거지하는사람, 밥차리는사람, 애키우는사람일 뿐이라는 것.
그게 싫었던 거 같아요.ㅋ 시댁의 그 누구도 관심갖지 않는 그냥 나.
내가 요즘 회사에서 어떤 일을 맡고 있고 어떤 부분이 버거운지,
자기계발로 영어공부를 더할까 회사직무분야 자격증을 딸까 고민하는지,
요즘은 어떤 친구를 자주 만나고 요새 관심사는 무엇인지...등등
그런 나다운 나는 없는, 그냥 며느리로서 인형처럼 웃으며 보내는 2박3일의 시간.
물론 시댁분들이 저한테 관심 안가져줘서 서운하다 이런 느낌 아닌거 아시죠ㅋㅋ
친구들과 또는 남편과 충분히 평소에 나누고 대화하는 부분이니까요.
그냥...
그렇게 음식장만하고 차리고 치우며 보내는 시간들이 덧없고 의미없게 느껴진거 같아요.
남편은 행복하고 편안하겠지만요.
남편의 행복과 평안을 위해 나는 전혀 즐겁지 않음에도 희생한다 생각했던 거 같아요.
그리고 이번 연휴에 일주일이 넘는 시간을 오롯이 회사에 안가게 되자
아, 쉬고싶다... 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2박3일 후딱 다녀오고 남은 시간 쉬어도 될텐데
그냥, 안가고 싶다. 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남편이 짐짓 눈치없는 척 언제 출발할까 토요일에 출발할까~? 라고 물어보는 말에
그래 토요일에 애랑 둘이 출발해서 다녀와. 나는 이번에는 안갈래.
하고 대답했어요.
남편 동공지진 오긴 하는데ㅋㅋ 왜?? 라고 묻지 않더라구요.
그럴만두 하죠. 항상 제가 스트레스 받는 모습을 보면
너 안가도 돼~ 가기 싫으면 안가도 돼~
입버릇처럼 말해왔으니까요.
그럼 저는 그래도 가야지... 도리는 해야지... 하며 꾸역꾸역 준비를 하고
남편은, 솔직히 너가 가서 일을 하면 얼마나 한다고,
우리 식구 아무도 너한테 뭐 대단한거 기대 안한다,
그냥 와주는걸 고마워하는 거지~ 라며
제속을 뒤집었죠.ㅋㅋ
맞아요. 저 시댁가서 뭐 그렇게 대단한거 안해요.
그러니 한번쯤 안가고 그냥 쉬어도 되겠죠.
다들 좋은 분들이시니 남편이랑 애만 보내도
아이구 땡땡이엄마가 많이 힘든가보네~ 하고
측은하게 여겨주시겠죠. (아닌가?ㅋㅋ)
7년동안,
친정부모님은 가까이 사니 평소에 자주 보겠지 생각하시고
명절에 친정은 안가는지 단한번도 묻지 않았던 시어머니.
그래도 김장 때면 친정엄마 몫까지 바리바리 싸주시던
고마운 시어머니.
결혼 7년 만에 처음으로 명절에 안가는 막내며느리에게
뭐라고 하실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네요.
아무튼, 토요일에 출발한다던 남편은
아침부터 입이 댓발 나와 말한마디 안하고 있고
저는 2주전부터 통보한 친구들과의 만남을 위해
일찌감치 나와 혼자 까페에서 커피한잔 하며 이글을 쓰고 있네요.
그리고 조금 전 초딩1학년 딸래미한테 전화왔네요.
아빠가 티비도 못보게 하고 핸드폰도 못보게 하더니
쿨쿨 자고 있다며
혼자 렌지에 밥데우고 김꺼내서 밥차려 먹고 있답니다.
냉동실에서 새우튀김도 꺼내서 에프에 10분 돌려 먹고 있대요.
잘했어~^^ 하는데 눈물이 글썽.
내딸은 대체 무슨죄...ㅋㅋㅋㅋ
아무래도 남편하고 애하고 다 시댁 보내버리고
혼자 꿀같이 일주일을 쉬려던 꿈은 접어야 할거 같네요.
혹시 저러고 시댁 안가고 계속 버티고 있으면
딸래미랑 둘이 훌쩍 여행이나 떠날까봐요.
직장생활하면서 열심히 모아둔 비상금 주머니가 두둑하거든요.ㅋㅋ
연휴 끝나면 후기 쓰러 와야겠어요.
다들 행복한 명절 되시기를 바랍니다...^^
찬찬히 제가 오유에 썼던 옛날 글들을 읽어봤어요. 울컥하기도 하고, 눈물도 조금 날것 같지만 그래도 나 잘했다. 나 열심히 살았다. 혼자 기특해하기.ㅋㅋ 주옥같은 진심어린 댓글들. 다시 읽어봐도 감사하고 정말 힘이 많이 됐어요. 어떤분이 그러셨더라구요.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하다고. 맞아요. 남편에게 시댁에게 미움받을 용기가 없었던 거 같아요. 하지만 이제 드디어 미움받을 용기가 생긴 것도 아니에요. 그냥...미움받든말든 상관없어진 거 같아요. 더이상 남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시댁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나에게 중요하지 않은 기분. 그들의 마음은 그들의 마음이고, 내마음은 내것이라는. 저도 어느덧 40살이 되었어요ㅋ 이게 바로 불혹인것인가! ㅋㅋㅋㅋ외부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내가 되렵니다.
이게…전부치고 설거지하고 밥상차리고 그른게 힘든게 아니라 누구 말마따나 혼신의 연기 안힘든척 좋은척 괜찮은척 그렇지만 개인질문에 무난한 대답을 연구하며 저 모든일들을 하는게 빡치는건데…. 아니뭘 내집도 아닌데 일요일에 가자고…아휴 순각 혈압이 확ㅋㅋㅋㅋ 암튼 좀 부럽슴다… 저는 아파트 옆동이라 ㅋㅋㅋㅋㅋㅋㅋ말줄임
하는게 어렵지, 안하는건 쉬워요. 몇년 지나서 이글 보시면, 별거 아닌 걸로 고민 많이 했구나 생각하실 거예요. 인생은 쉽게 가는 걸로.
힘내세요.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고 천하보다 본인이 우선입니다. 행복하시길
???아니 남편분 초딩 아이 밥도 안 차려주고 자고 있다구요? 놀랍다...
왠지 읽는 동안 작성자님께서 담담하게 쓰신 마음 밑을 다는 아니지만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어요 우리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사십시다..ㅠㅠ 조금 더 웃고 조금 더 날 생각한다고 누가 잡아가는 거 아니니까요 자식, 남편도 중요하지만 나 자신도 정말 중요해요........암요!!!!
MOVE_HUMORBEST/1778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