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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ER300.. | 26/08/29 21:19 | 추천 1 | 조회 405

아주 오랜만에 모교에 들러봤습니다. +88 [8]

SLR클럽 원문링크 https://m.slrclub.com/v/hot_article/1455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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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서기 날씨에 다들 평안하신지요?


오늘이 다늦은 여름휴가 마지막날이라 뭘 하고 시간을 보낼까 하다가,

아침 일찍 갑자기 졸업한 모교에 가보자 하는 생각이 들어서 후다닥 평촌에서 이문동까지 움직였더랬습니다.

주말 동부간선은 극악인데 이른 오전이라 길은 안 막히더라구요.

1997년에 입학해서 2003년 2월에 졸업했으니까 20여년이 지났는데 이문동은 20년이 아니라 50년이 지난 듯 엄청 변했습니다..

가끔 네이버에서 부동산 관련 기사 보면 동대문구 이문동이 천지개벽했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진짜네요.


주말 오전.

몰랐는데 오늘이 2026년도 후기 학위수여식 이더군요.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학생들, 조깅하는 동네 주민들, 개강 직전이라 북적이는 학생들.

20여년 전 학부 시절과 다르지 않은 익숙한 모습일 거라고 생각하고 들러본 학교는 정말 낯설었습니다.

구 본관과 구 학생회관 그리고 노천극장은 오래 전에 철거되어 새 건물이 들어섰고

예전 건물들은 외관을 새로 단장해서 새 건물처럼 말끔해졌고

붉은광장이라 애칭하던 적색 아스팔트 구간은 깨끗하고 멋있는 도로가 되었네요.

이왕 주차비 낼 거, 외부 주차자 보다는 모교에 내자 싶어서 차 끌고 들어갔더니 세상에... 지하주차장도 생겼네요.


넓이 2만 3천평 가량, 제가 학부생일 때는 재적인원이 7300여명 이었던 비좁은 학교이지만 여기저기 거닐면서 오랜만에 옛날 생각도 나고

형편이 어려워 졸업사진 앨범은 못 찍었지만 동기들과 멱살잡고 연출사진 찍었던 잔디밭 고목도 가 보고.

오랜만에 옛날 생각에 잠겨 있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기분이 싸해 진다고 해야 하나, 뭔가 어색함, 위화감마저 들었어요.

마치 이역만리 해외여행 와서 그 도시의 대학교를 구경 온 관광객이 된 기분?



퇴직한 전 직장을 찾아가는 경우는 아직 근무하고 있는 지인을 오랜만에 만나서 인사도 하고 차도 한잔 마시고 그런 경우이겠지만

아무런 연고도 지인도 없는 전 직장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을 단순히 추억으로 찾아가는 경우는 없잖아요?



오래 전에 졸업한 학교, 아무도 아는 사람도 없고 학과나 재학생 후배와는 아무런 연결도 없는 그저 외부인.

머리 벗겨지고 배 나온 동네 아저씨일 뿐이데 내가 이 학교 졸업했다고 여기를 거닐고 있다는게

너무 어색하고, 오면 안 되는 곳을 온 것 마냥 두려움도 생겨서 후다닥 도망치듯이 빠져나왔네요.



학위수여식 하면서 학사모에 가운 입고 친구들과 사진찍고 있는 졸업생들을 보면서 참 대견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습니다.

졸업 당시에 취업이 안 되서 졸업식에 가족들 오시지 말라고 하고,

형편이 어려워 졸업사진앨범도 안 찍었고 졸업식 당일에 학사모,가운 대여비도 아까워서 청바지에 패딩 하나 걸치고

혼자서 아무런 소용도 없는 학위증 한 장 달랑 받아왔었거든요.



내가 이 학교를 다녔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다시는 학교에 못 가볼 것 같습니다.



추억은 추억으로 묻어두어야 아름다운가 봅니다.










*사진 실력이 미천해서........


뉴스 기사나 포털에서 자주 본 건물이지만 저 신 본관은 정말 어색하네요.

외대앞 역에 내렸을 때 저기 뒤 언덕 위에 보이는 경희대 마법의 성 아니 평화의 전당을 가리기 위해

높게 지었다는 루머도 있더라구요.


구 본관은 다 허물지는 않고 반토막 남겨서 미네르바 컴플렉스 라고 해 놨어요.



덧.
미네르바 동산은 정말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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