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사(전 십테크 부사장)는 냥이 형의 고향친구인데
과거 K테크 제조팀 출신으로, K테크에서 냥이형을 알게되며 자주 듣던 이름이었음.
두 사람의 이미지는 날씬한 냥이형 옆에 떡대 한명이 따르고있는것 같아
K테크에서도 뒤에서 그들을 티몬과 품바 라고 부를정도였음.
제조팀과 현지에서 싸운얘기를 할때면 냥이 형은
"아...내 친구 품바가 있었으면 너 지켜줬을텐데..!!"
"품바가 너 봤으면 굉장히 좋아했을텐데!!"
이런 얘길 하고는 했음. 하지만 품바는 내가 K테크를 1년 3개월을 다닐동안
현지에서 나와 만나지 못했음. 대신 중국출장 이후 한국에 잠시 복귀하여 대기하는
시기면 한 두번 품바와 마주쳤던 기억이 있음.
그의 이미지는 인상 좋고 후덕한 형이었는데 딱 봐도 범상치 않은 하드웨어였음.
요즘은 '만두귀'를 조심하라는 말이 있듯,
우리 고향에서는 '빠돼(빠른돼지)'를 조심하라는 말이 있었음.
품바는 빠돼의 유전자를 가진 남자였음.
[그리고 빠돼의 정점에는 에밀리아넨코 효도르..]
어쨌든 품바는 큰 키는 아니었으나, 누가봐도 함부로 건드리면 안될 포스를
품고있었고, 제조팀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 포스를 가지고있었지만
예상외로 그는 당시 '아웃사이더' 였음.
백이사(당시 PM, 과장)의 눈밖에 나서 팀 내에서 경원시 되는 존재.
다들 품바의 앞에서는 티를 못냈지만, 회식이나 자기들끼리 모임이 있을때는
은근히 따돌리는 분위기였음.
제조팀 사람들이 웃긴건, 백이사가 일단 싫다고 미운털을 박아놓으면
그 사람의 근처에 가질 않았음. 그러다보니 백이사가 없을때는 품바와 이야기하고
놀면서도 백이사가 나타나면 흩어져 일하러가는 하남자 들이었음.
어쨌든 냥이 형의 동생으로 소개를 받은것도 있고, 자신과 같이 회사에서
경원시 되는 동질감이 있다보니 품바는 내게 친근하게 다가와주었음.
내게 잘해줬지만 나는 그와 그닥 가깝고 싶지 않았음.
나를 보고 있으나 나를 보고있지 않은 텅빈 눈빛이라고 할까?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자신의 주관과 가치관을 비교하며 '인정'한 느낌이 아니라
그저 내 '친구'가 동생이라고 하니까 그냥 좋은 그런 느낌.
자신이 속한 조직의 '수장'이 자신을 싫어하니까? 나도 그 조직이 싫고,
그 수장과 맞써서 골탕을 맥여주니까 싫지않은 느낌.
해당 2가지가 조건이 '우연'의 일치로 맞아떨어 져서 나오는 호감인거지
만약 그가 제조팀에서 어느정도 인정을 받는 위치였다면
누구보다 앞장서서 내게 곤조를 부렸을 사람이었음.
게다가 굉장히 단순 무식한 사람이었음.
같은 편이지만 '적'보다 더 피해를 많이 줄 정도로 무식했음.
차라리 적이었더라면 좋을 정도로...
***
십테크 초기부터 김이사가 무언가를 들고오면 본인을
환장하게 하는일이 많았음.
어느날 뜬금없이 핸드폰으로 이미지가 한장 날아왔음.
책상위에 이상한 제품이 있고, 그걸 핸드폰으로 찍은 이미지.
그리고 갑자기 품바(김이사)로부터 전화가 왔음.
"인소장! 지금 내가 보낸 사진. 검사할 수 있나?"
"저...이사님."
"지금 나 스피커폰이거든? 옆에 고객사 상무님도 같이있어~"
".....네. 그래서요?"
뭐? 어쩌라고? 고객사 높은분 계시니까 부디 안된다는 말은 하지말아라 그런 뜻이야!?
검사기 라는게 안되는걸 된다고 구라치다가 어찌되는지 모르나??
"내가 우리 인마 소장 예전 O사 출신으로 알고리즘 엄청나게 잘 한다고 얘기했더니 상무님이 제품을 직접 들고 본사에 방문하신거야! 혹시 이거 검사알고리즘 짜는데 얼마나 걸리나?"
내 업계 '촉'은 그걸 이렇게 해석했음.
전관예우받는 중소기업 바지 상무 하나가 할 일 없이 사무실에 삐대고 있으면 눈치보이니까
회사에 굴러다니는 아무 제품하나 들고 작은 업체 기웃거리며
커피랑 식사 대접받으며 놀러다니고 있구나.
품바는 그딴거 생각하는 '뇌'가 없으니, 그저 영업하나 딸 수 있다는 생각에
고객사 앞에서 쎈척하려고 나한테 굳이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건 거구나.
내가 멋지게 '그까짓거~ 하루면 만듭니다~' 하는 소리 듣고싶어서..
왜그런 촉이 드냐면 애초에 첫 단추부터 글러먹었기 때문임.
두 놈다 '기본'도 안되는 사람들.
"이사님. 그정도 정보로는 제가 지금 답변드릴 수 있는게 없어요."
"아 그럼 샘플 사진이 더 필요한가? 그래도 이정도 제품이면 대략적인 감이 있을거 아냐~"
"일단!! 이사님."
"........"
"아직 저한테 '무엇을' 검사할 지 말씀도 안해주셨습니다 ㅡㅡ"
"아니.. 이미지 안갔나? 문자로 보냈는데??"
"제품 이미지는 받았구요."
"그런데?"
"저 제품에서 제가 '무엇을' 검사해야 하냐구요."
"........엇?.....아....."
"옆에 계시면 지금 한번 여쭤보세요."
"아..그..상무님? 혹시 제품 어디를....$!#!#$"
"............"
"그...인소장? 상무님께서 다음에..알아보고 말씀해 주신다고 하시네.."
"네?? 검사 의뢰를 하시는 분이 그런것도 알아보시지 않고 의뢰를 해요?? 허~참~!!"
뭔가 호다닥~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뛰는 발소리가 들려옴.
"인소장? 지금 흡연장에 나왔어.;;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지금도 스피커 폰이에요?"
"아니..일단 스피커 폰은 껐어."
"이사님. 본인 이쪽 업계 경력이 10년 넘지 않았어요?"
"..........."
"씹테크는 비전검사장비 사업하고 있는거 맞나요? 기술적인 기본도 없는거에요??"
"아...왜그래 인소장...인소장은 전문가잖아..굳이 산업용 카메라 없이도 보면 예측가능하잖아..그정도 짬밥은 되잖아...어디 검사하면 되는지는 내가 알아봐줄께.."
"누가 핸드폰으로 찍은 이미지로 검사 여부를 예측합니까? 제대로된 광학조건 하에 산업용 카메라로 획득된 RAW 이미지를 주셔야 검토를 해볼거 아닙니까?"
"RAW 이미지라는게..jpg나 bmp 그런건가...? 저걸 그걸로 변경해서 주면되나?"
"휴...;;; 그냥 제품 들고 광학업체에 가셔서 산업용 카메라로 이미지 획득해오세요. 핸드폰으로 막 찍어서 되냐 안되냐 묻지 마시고요. 그것도 고객사 듣는 앞에서 ㅡㅡ 지금 허세부리는거에요!? 내가 이사님이 그렇게 말하면 이사님 체면 생각해서 굽신거리면서 아무생각도 없이 됩니다~! 외쳐줘야되요??"
"어...어...아니야~!! 아니야 그런거!!"
"영업을 하실거면 기본적인 계획이나 단계는 준비하시면서 하세요."
"그래..그럼..수...수고."
김이사(품바)는 아마 고객사 앞에서 굉장한 수치심을 느꼈을 것으로 예상함.
그나마 가능성 있는 고객앞이라면 그의 체면을 지켜주었겠으나,
일전의 PSD업체와 마찬가지로, 사람은 끼리끼리 노는 법임.
품바 그가 데려온 고객사 '상무'가 과연 정상적인 상무일까?
어떤 상무가 외부 업체에 '자사 제품'을 보안이나, 보존 조치도 없이 맨손으로 덜렁덜렁 들고다닐까??
저런 무쓸모한 바지 상무들이랑 친하게 지내봤자 품바가 괜찮은 일을 물어올 일은 1도 없음.
오히려 저런 바지상무들에게 휘둘려서 밥사고 술사고, 실제 하지도 않을 '검토' 건만 받아
와서 연구소 R&D 자료만 실컷 빨아먹히고 버려질 그런 각 밖에 나오지 않음.
애초에 다시 만나기 민망하게 만들면 알아서 떨어져 줄거라는 생각이었음.
품바...악의는 없는 사람이지만, 악의를 가진 '적' 들보다 더 큰 사고를 칠 아군이었음.
...............
얼마전 냥이형과의 대화가 떠올랐음.
"인마야. 너 그거 아냐?"
"어떤거요?"
"사람들이...너를 많이 불편해 해."
그래..불편해야지.. 안불편 하면 언제까지고 저런 무지한 경영진한테 휘둘리겠지..
***
그러던 중 어느날 냥이 형으로 부터 연락이 왔음.
일전의 PSD에서 들어온 요청인데, 창O 외관검사라는 프로젝트를 씹테크에서
개발해 달라는 것이었음. 냥이 형이 말했음.
"이야..작년에 지워둔 '빚'이 이렇게 결과로 돌아왔네! 인소장! 할수있지!?"
"해야지요! 신규 개발이라니! 드디어 첫 출발을 하겠네요!"
"앞으로도 PSD에서 여러 업무를 줄꺼야~ 최대한 PSD에 협조를 해줘야 다른 일들도 많이 주겠지?"
"어휴..이런 개발건 일만 주신다면야 협조해야지요~!!"
.............
..........
.......
그리고 얼마후 또다시 품바로 부터 메일이 한통 왔음.
발신: 품바
수신: 십테크 비전사업 연구소
안녕하십니까
다들 업무로 바쁘신 가운데 항상 수고 많으십니다.
하기와 같이 PSD 측으로부터 의뢰받은 프로그램 수정 관련 내용을 공유드립니다.
해당 사항에 대해 연구소에서 진행 가능 여부 및 필요사항 검토 부탁드립니다.
1) 국외 프로젝트
업무 내용: 롤맵 OO공정 잉크마킹기 PC프로그램으로 OO의 사행보정 후 기준점 마킹 및 불량 마킹 후 OCR 검사하는 SW개발
개발 언어: C#
기간 : 2~4주 진행 후 상황에 따라 연기
2) 국내 프로젝트
업무 내용 : 국외 와 동일한 프로그램 수정
개발 언어 : C#
PM 요청 : 개발자는 개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PM 전담 인원 1명 추가 배치 예정
프로잭트 기간 : 약 3개월 예정
요청 사항
· 상기 업무에 대한 연구소 내 업무 진행 가능 여부 확인
· 필요 인력 검토 [외주 활용]
※ 필요 시 미팅 일정을 별도로 조율하여 진행할 수 있으니 검토 후 회신 바랍니다
................
마치 순수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인것 처럼 보이는 몸빵업무.
"하아.......씨X..."
한숨이 나왔음. 품바는 또 PSD에 돈받으러 갔다가 낚인게 분명했음.
그런 와중에도 연구소에 요청하는 방법을 발전시켜 여러가지 지뢰를 심어두었음.
'PM 요청: 개발자는 개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PM전담 인원 1명 추가'
[씹테크는 자신들의 CS 용역업무를 'PM'이라고 부름.]
이 와중에 느껴지는 구질구질한 자격지심의 발현...ㅋㅋㅋ
저걸 해석해보면, 혼자 가라고 하면 몸빵이냐고 안하거나 팩트로 들이받을테니까, 몸빵은 다른 사람이 해줄테니 나가줄수있나? 라는 뜻임.
근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셈.
CS용역 인력이 프로그램 관련해서 도대체 어떤 '몸빵'을 칠 수 있음?
개발자는 호텔에 있고, CS 인력이 현장에서 디버깅!? 가능한가!?
그럴거면 개발자는 국내에 있고, CS인력만 출장 가면 될거아님??
'2~4주 진행후 상황에 따라 연기'
이건 그냥 전형적인 무기한 해외 몸빵 낚시 스케줄임. 딱 한달만 갔다와라 해놓고
현장에 박아둔 뒤, '아직 상황이 안끝났다' 를 핑계로 6개월 8개월 박아두는거임.
'필요 인력 검토 [외주 활용]'
책임전가 및 명분 쌓기임. 연구소가 안할꺼면 외주라도 쓰라는듯 말하지만, 나중에는 '연구소가 협조를 안해줘서 외주비용이 불필요하게 들었다.' 라는 압박을 주어 결국은 연구소가 전담하도록 만드는 미끼임.
마지막으로 국외와 국내의 이중 덪(연쇄 출장 빌드업)을 설치했음.
이래서 멍청한 아군이 제일 무서운 법이라는거임. 게다가 참조인원에는 평소에는 없던 냥이 형까지 추가되어 있었음.
결국 임원들은 이 메일에 대한 과정을 씹테크 대표에게 보여주며
연구소가 얼마나 자신들에게 비협조적인지 어필하고자 하는 속셈이 뻔히 보였음.
누구의 주도일까? 품바는 저런 머리가 없는데?
꾀돌이 이사일까?! 아니면 냥이 형의 주도인가??
판세가 정말 이상하게 돌아가고있었음.
얼마전 냥이 형이 PSD에서 '창O 외관검사' 프로젝트를 가지고 왔음.
신규 개발건이기에 우리 십테크에는 굉장히 좋은 레퍼런스가 될 수 있는 주제였음.
그걸 승인한지 일주일도 안되어 저런 메일이 날아온다?
신규개발이 뉘집 개 이름임?? 그만큼 테스트와 검토, 컨셉 설계 같은곳에 R&D 검토 및 테스트가 많이 필요한 업무임. 근데 그런 신규건을 하면서 저런 현장 몸빵일을 연달아 진행한다고??
PSD가 제정신 박힌 회사라면 저렇게 일을 주진 않음.
따라서 나는 PSD에 직접 연락을 취했음.
"안녕하세요. 씹테크 연구소장 인마핱 입니다. 혹시 PSD 개발팀 유 팀장님 되시나요?"
"네! 안녕하세요! 제가 유팀장 입니다! 소장님 반갑습니다."
"네. 다름이 아니라 업무 확인건으로 연락 드렸습니다."
"네 말씀하십쇼!"
"얼마전 '창O 외관검사' 프로젝트 진행건을 저희 한테 의뢰를 하셨다 들었습니다."
"아...아...네.."
"그런데 일주일도 안되서 또 다른 업무를 주셨더라구요? 국외, 국내 롤맵OO공정에서 OCR 인식쪽 개발이 필요하다고..?"
"네. 맞습니다."
"저희 십테크 연구소 인원이 저 포함 2명입니다."
"..........."
"신규 프로젝트 건도 바쁠텐데, 롤맵 공정 일을 주시면 저희가 소화하기 어렵거든요?"
"하지만 김이사(품바)께서 가능하다고..."
"김이사님은 기술적인 지식이 없으셔서 착각하실 수 있습니다. 이쪽은 제가 책임자니까요. 그래서 말씀인데, 창O 외관검사건은 진행하되, 나머지 업무는 진행이 어렵다는 점 말씀 드립니다."
"아..그런데 창O 외관검사건은 아직 저희가 수주를 받지못한 건이라.. 지금 당장 저희가 급한게 국외, 국내 롤맵 공정쪽 이거든요.."
"아 그러시면 수주가 나오면 연락주십쇼. 그외 OCR 개발건은..솔직히 말씀드려서. 그걸 왜 자체 개발하려 하십니까? 비전 업계에서 OCR이면 이미 상용화된 제품들이 굉장히 많은데, 뭐하러 그걸 불안하게 자체개발 하겠다는 건가요??"
"아...저희가 지금 개발 인력이 좀 부족해서요..저희도 당연히 기성 제품을 사용하려고 합니다. 다만 그걸 가져다 붙여 구현할 사람이...."
"그러시면 딱 거기까지 저희가 해드리겠습니다. 그러면 되지 않나요? 공수를 3개월 잡으셨던데, 그정도 업무면 2주정도만 잡아도 충분 할것 같습니다만?"
"아...나머지는 현장에서 좀 대응을 해주십사 합니다. 저희가 사실 프로그램 완성도가 조금 떨어지다보니 현장 설비에 맞출게 좀 많아요.."
"음...현장 대응이 주 목적이신거네요?"
"네...그렇습니다."
"그러시면 다음기회에 하시죠^^. 저희 연구소 인원들이 다들 시니어 개발자 들입니다. 신입사원들 집어넣고 몸으로 떼울 수 있는 일을 하기에는 수지가 맞지 않아요^^. 나중에 신규 프로젝트 수주 따시면 그때 연락주시죠~"
".............;;;"
[내 이랄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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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이 스믈스믈 올라온다
아 ㅎㅎ
와..시원한데 불안하네요
여튼 저라면 못 할 행보를 보이시니 두근두근하며 보고 있습니다
MOVE_HUMORBEST/1798440
아흐흑 기다렸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