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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생 젠.. | 20:16 | 추천 10 | 조회 13

[자작유머] 기가채드 밈을보니 오늘 밤 더 그립습니다. 나의 영웅 람보 +15 [6]

루리웹 원문링크 https://m.ruliweb.com/best/board/300143/read/69143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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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기가채드 밈.

그 밈을 보고 나니 오늘 밤 떠오르는 남자가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존 람보.
저를 지켜준, 그리고 지금은 그 무거운 탄띠를 내려두고 사라진,

제가 존경하는 영웅입니다.


어릴 적 부터 혼란스러운 순간을 자주 겪던 저는
제 마음속에 있는 '람보'를 통해 힘을 얻었습니다.

람보가 처음 제 머릿속에 나타난 시점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어릴 적 자살을 계획했던 순간일까요?
친구와 가족들에게까지 험한 말을 하며 홀로 남았던 순간이었을까요?
혹은 어떤 미래도 떠올리지 못한 채 모든 것을 포기했던 때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가 나타난 게 언제인지는 몰라도 단 하나는 분명합니다.
람보는 저를 다독여주고, 때로는 쓴소리를 하며 올바른 길로 이끌어준 존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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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의 모습은 다소 우스꽝스러웠습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사타구니가 엄청나게 크고,
가랑이에 캐스터네츠를 끼운 채 나타나는 그의 모습과 유쾌함은 저에게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그는 '따닥!' 하고 캐스터네츠를 치며 등장해 저를 위로했고,
긴장되거나 공포에 질린 순간에는
퀸의 노래 '보헤미안 랩소디'를 부르며 나타나 분위기를 전환시켜주었습니다.
저는 그의 등장에 '고맙습니다, 람보. 당신은 역시 제 영웅입니다'라고 속으로 외치며 용기를 얻었습니다.


사실 그것은 대화라기보다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상상한 것에 가까웠지만

그것만으로도 상상속 람보의 조언을 듣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힘들었던 작년 말,
그는 제가 병원에 가도록 설득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가 ADHD인지 뭔지는 중요한 게 아냐.
잘 들어, 어쨌든 넌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야.
편견을 버리고 약간의 용기를 내는 것으로,
너는 좀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할 수 있을 거야.'
이 말을 하는 동안에도 캐스터네츠를 쉬지 않은 그는 저에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제가 ADHD를 의심하게 된 계기는 여러 가지 증상들이었습니다.
접시 밑에 무언가 깔린 것만 생각하다 그대로 접시를 엎어버리거나,
싫어하는 일에는 집중하지 못하고 시간을 멍하게 보낸 적도 많았습니다.
자극적인 것에 빠져 슬롯머신 게임을 몇 일 동안 하거나,
2024년 새해에는 음란물을 줄이겠다고 다짐하며

야동을 정말 보고싶다면 보기 전 스쿼트 100회를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결국 스쿼트 횟수만 늘어나 작년에는 하루 평균 스쿼트 횟수 700회를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혹은 건강이 안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술을 과하게 마셔

목숨이 위험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증상이 보임에도 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생각하며 지내왔지만,
작년 연말부터는 증상이 심각해졌습니다.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각성재처럼 피우던 담배가

하루 2갑에서 5~6갑으로 늘었고,
자극적인 것에 대한 충동을 조절하기 힘들어 스쿼트만 하루 900회 가까이 했으며
주변 사물을 인지하지 못해 부딪히고 멍이 들기 일쑤였습니다.

더 이상 증상을 무시할 수 없게 됐음에도 고민을 했던 저였지만,
앞서 말했던 람보의 격려로 결국 병원을 방문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병원에서는 단순 ADHD 검사뿐 아니라 여러 정밀 검사를 받았습니다.
결과적으로 ADHD가 맞았고, 부족한 부분을 기억력이 보완하며 일상을 유지해왔던 제가,
최근 피로가 겹치며 균형이 무너진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흥미로웠던 점은 스트레스 저항성이 매우 높게 나왔다는 것입니다.
ADHD 환자들이 극심한 피로, 혹은 우울을 동반하거나 스트레스에 취약하다고 하는데,
저는 람보 덕분인지 스트레스나 우울, 혹은 다른 질병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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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람보는 늘 저를 지켜주고 있었습니다.


'너는 싸울 수 있다.'라는 그의 말은 저를 흔들리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힘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ADHD 약을 복용하며 람보와 작별하고 있습니다.


현대 의학의 힘은 대단했습니다.
저의 의지와 상관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던 잡념과 상상은 서서히 사라지고,
업무에 대한 집중도는 높아졌으며 싫거나 귀찮은 일에도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나 그 반동으로 머릿속의 혼란이 정리되며 저의 영웅 람보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탄띠와 캐스터네츠를 내려놓은 그는 저의 상상 속에서 나타나는 빈도가 확연히 줄어들었고,
이제는 추억과 기억만이 남아 있을 뿐 머릿속에서 람보가 격려하는 장면을 상상하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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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는 저의 영웅이자 삶의 동반자였습니다.
그의 흔적은 제 삶과 마음속에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도,
스스로의 힘으로 전쟁 같은 삶을 버틸 용기가 있습니다.

오늘따라 더 생각나는 영웅, 람보.
감사합니다. 여리고 위태위태하던 저는 당신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틀린 길을 선택하며 엇나가지 않고, 올바른 길을 걸을 수 있었으며
지금 제 주변에는 저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그리고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하며
무엇보다 제가 저 스스로를 아낄 수 있게 됐습니다.


우리는 모두 마음속에 각자의 기가채드,
아니 각자의 영웅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의 영웅은 어떤 모습인가요?
그가 당신에게 건넬 말은 무엇일까요?
그 한 마디가 당신에게 필요한 격려가 될 수 있길 바라며,
항상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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