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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 | 04:46 | 추천 24

(스압) 유럽 서민 여자들 느낀 점 +6

원문링크 https://www.ilbe.com/11559300992

30대쯤 되면 안 해 본 일이 없다. 점원도 해 보고 주방보조도 해 보고 미용도 해 보고 간병인도 해 보고.. 서랍장을 열어 보면 과거의 영광, 청춘을 수놓은 근무복들이 다양하게 있다. 결혼하면 애들 머리도 직접 깎아 주고 간단한 옷, 인형 수선도 직접 하는 편이다.



유럽은 한국처럼 일상적으로 외식하기에는 비싸다. 밤 늦게까지 놀 공간도 별로 없다. 따라서 커플들이 주로 집에서 데이트하기 때문에 진도는 빠른 편이다. 비밀 연애도 드물고 일찍이 부모 소개부터 하게 된다.

친구 사이로 지내다가 연인이 되어 있고, 딸 남친으로 봐 오다가 자연스럽게 사위로 이어지는 잔잔함이 있다. 한국 드라마처럼 길 가다가 모르는 여자에게 갑자기 번호를 묻거나, 싱글인줄 알았는데 결혼할 남자라며 데리고 오는 건.. 갑작스럽고 예의가 아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대학에 입학하기도 하지만,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알바하고 독립하려는 청춘들도 많다. 그런데 월세도 비싸고 밖에 놀거리도 없으니 역시 동거를 하게 되는데, 일찍이 성 역할에 맞춰 집안일을 분담하게 되면서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 행동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렇게 슈퍼에서 소일거리나 하는 커플이 구닥다리 중고차 하나 사서는 바닷가며 들판이며 소풍을 떠나곤 한다. 5년, 10년이 지나면 남자는 유통 체인에서 사무를 보고 여자는 매장의 시프트 매니저가 되어 있을 것이다.



유럽이 혼전출산이 많은 편이지만 꼭 원나잇 스탠드를 전전하다가 임신하는 건 아니다. 앞서 얘기했듯, 동거하던 오랜 남친 사이에서 아이를 갖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한국이었으면 낙태를 할 상황이어도 좀 더 모성애적이고 주체적인 선택을 하려는 것 같다.

물론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한국 정도로 나쁘지는 않은 것도 있는데, 미혼모를 떠나 남에 대한 관심이나 참견 자체가 적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일이어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미혼모여도 아이가 기대되고 사랑스러우면 낳는 분위기가 있다.

이미 동거 중인 상황이고 아이 또한 양측의 호적에 올라가기에 결혼을 올리고 말고가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 무엇보다 청춘들에게 결혼식을 올릴 돈은 아깝다. 결혼식은 큰 대외적인 행사이기도 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직업을 찾을 때까지 미루게 된다.



결혼식은 한국에 비해 사설 예식장이나 옵션이 적은 편이다. 결혼식이 단순 기념식이 아니고 혼인신고에 필수 포함되어 있다. 규정된 절차와 형식이 있는 엄숙한 측면이 있기에, 부자고 서민이고 귀찮은 사람들은 관공서에서 공무원 주례로 올리고는 한다.

결혼 비용은 어떻게 될까? 집이야 이미 동거하며 월세로 살고 있었기에 월세에 대한 거부감은 적다. 맞벌이로 함께 비용을 부담하기에 무리한 지출은 꺼리는 편이다. 결과적으로 결혼 지출이 그렇게 크지는 않은 편이지만, 물론 프로포즈는 건너뛸 수 없다.

다만 프로포즈에 지켜야 할 금액의 선 같은 건 없다. 따라서 프로포즈도 받고 좋으면 좋은 거지, 남들보다 가방이 비싸서 행복하고 가방이 싸서 불행하고 하지는 않는다.



결혼 후는 어떻게 될까? 앞서 임신 얘기를 했었는데, 출산을 해도 산후조리원 같은 문화는 없다. 물론 있다고 해도 그 돈을 선뜻 낼 유럽 여자는 소수일 것이다. 맞벌이를 하는 이상, 복귀 후 며칠을 일해야 하는지 계산부터 하게 되기 때문이다.

유럽 남자들이 체구가 큰 것처럼 여자들도 체력이 다르긴 하겠지만 유모차나 눈썰매까지 끌면서 출근하는 엄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개중에 3분의 1 이상은 미혼모일 것이다.

그런 엄마들 중 한 사람과 대화해 본 적이 있다. 남들 다 하는 일이라지만 그래도 쉽지 않을텐데 오히려 남들 다 하는 일이라며 생색 안 내고 미소를 지어 보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애들은 프리하게 키우는 편이다. 식사도 손님 있을 때 말고는 접시 하나에 다 올려서 대충 먹이는 편이다. 식탁에는 과일이 항상 올라와 있다. 교육은 학업이나 진로 같은 걸로 닥달하지는 않지만 통금은 엄한 편이고.. 애들이 싸가지가 없으면 엄마의 손이 맵다.

그 밖에 꽃과 오븐을 정말 좋아한다. 생일이든 기념일이든 항상 꽃다발을 준비해야 한다.

여자는 싱글벙글하면서 익숙한 손놀림으로 리본을 풀고 가지를 다듬고 꽃병에 넣으면서 꽃의 수명을 연장하는 가루를 물에 탄다. 남편은 꽃을 받아든 아내 입가의 미소를 50년이고 70년이고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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