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쵸로미 | 11:39 | 추천 0 | 조회 755

열 살의 봄, 저는 일본으로 떠났습니다 - 5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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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저는 중학생이 되었습니다.

새 교복을 입고,
조금 커진 가방을 메고,
처음 중학교 교문을 들어갔어요.

그래도 아주 낯선 곳은 아니었어요.
같은 초등학교에서 올라온 아이들이
전체의 3분의 1 정도는 있었거든요.

이미 얼굴을 아는 친구들도 있었고,
초등학교 때 친했던 아이들도 있었어요.

그래서 처음 일본에 왔을 때처럼
적응하는 데 크게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어요.

쵸로미는 원래 친구들 전체적으로
두루두루 무난하게 지내는 편이었어요.

아주 눈에 띄는 아이도 아니었고,
누구와 크게 싸우지도 않았어요.

여기저기 이야기하고, 필요하면 같이 놀고,
그러면서도 정말 친한 친구 무리는
서너 명 정도 있는 타입이었어요.

중학교에서도 비슷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포켓몬이 친구를 만들어줬어요.
다섯 명 정도가 늘 같이 붙어 다녔습니다.

그중 한 명은 안경을 쓰고 조용한 아이였어요.
게임과 그림 그리는 걸 정말 좋아했어요.

쉬는 시간에도 노트 한쪽에 뭔가를 그리고 있거나,
좋아하는 게임이나 애니 이야기를 할 때만
갑자기 말이 많아졌어요.

누가 뭐라고 해도 자기 할 일을 하는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그런 모습이
좋은 의미로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어요.

요즘은 학교에서 인싸 애들도 자연스럽게
최애의 아이나 프리렌 이야기를 하고,
보컬로이드 노래를 듣고,

애니메이션 캐릭터 굿즈를 들고 다니는 모습도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학생이던 당시에는
분위기가 조금 달랐어요.

한국도 아마 비슷했을 거예요.

드래곤볼이나 원피스처럼 누구나 아는 작품이 아니라
조금 마이너한 애니나 게임을 좋아하면
금방 ‘오타쿠’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그리고 그 말에는 지금보다 훨씬 강한
조롱과 멸시의 의미가 들어 있었어요.

처음에는 그냥 놀리는 정도였습니다.
친구가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뒤에서 누군가 와서
“또 그런 거 그리냐?”
하고 웃었어요.

좋아하는 작품 이야기를 하면
일부러 이상한 표정을 지으면서
“역시 오타쿠네.” 라고 말했고요.

처음에는 친구도 웃어넘겼습니다.
쵸로미도 그랬어요.
그냥 애들끼리 놀리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선을 넘기 시작했어요.

물건을 숨기고,
지나가면서 일부러 건드리고,
여러 명이 한 사람을 둘러싸고 놀리고.
친구가 싫다는 표정을 지어도 멈추지 않았어요.

그제야 저도 알았습니다.
‘아, 이건 장난이 아니구나.’

그런데 쵸로미는 처음부터 친구 편에 서주지 못했어요.
그냥 보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친구를 놀리고 있어도 모르는 척했고,
친구가 곤란해하는 게 보여도 괜히 끼어들지 않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참 비겁했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쵸로미는 무서웠어요.

중학생 정도가 되면 반 안에서도
누가 인기 있는 아이인지,
누가 힘이 센 아이인지,
누구에게 괜히 찍히면 피곤해지는지
이상할 정도로 빨리 알게 돼요.

그리고 쵸로미도 알고 있었어요.
여기에서 괜히 나섰다가
다음은 내가 될 수도 있다는 걸요.

그래서 마음속으로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하면서도
입 밖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요.

친한 친구였는데도요.

그게 지금도 후회됩니다.
그때는 쵸로미가 직접 괴롭힌 게 아니니까
나는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누군가 혼자 서 있는데
그 옆에 설 수 있는 사람이 서주지 않는 것도
그 사람에게는 꽤 외로운 일이라는 것을요.

그리고 이지메가 무서운 이유가 하나 있어요.

누군가 용기를 내서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의 편을 들어주는 순간,
오히려 아주 간단하게 표적이 바뀌기도 합니다.

괴롭히던 아이들은 원래 상대에게 흥미를 잃은 것처럼,
이번에는 그 사람을 도와준 아이를 타겟으로 바꿔요.

마치 “그럼 이번에는 너야.”
라고 말하는 것처럼요.

쵸로미도 처음에는
그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계속 모른 척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매일 같이 놀던 친구였습니다.
포켓몬 이야기를 하고, 게임 이야기를 하고,
같이 웃던 아이였습니다.

계속 보고만 있기에는 점점 힘들어져서
어느 날 결국 쵸로미도 한마디를 했습니다.

정말 대단한 말을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싸운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밀친 것도 아니었어요.

그저 “이제 그만해.” 그 정도였어요.
그리고 친구 옆에 섰습니다.

그 순간에는 그게 어떤 의미가 될지 잘 몰랐어요.

며칠 뒤부터 조금 이상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친구를 향하던 괴롭힘이 없어졌어요.
처음에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끝났나 보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복도에서 지나갈 때
이번에는 쵸로미를 보고 웃는 아이들이 생겼어요.

아무런 이유도 없었어요.
말도 안되는 엉터리 소문이 돌고,

쵸로미가 말하면
뒤에서 따라 하는 아이가 있었고,

쵸로미를 쳐다보며
자기들끼리 무언가 속삭이기도 했습니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대상이 바뀐 것뿐이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생각합니다.
조금 더 빨리 친구 옆에 서줄 수는 없었을까.

내가 겁이 났다는 이유만으로
친구가 혼자 버티는 모습을
왜 그렇게 오래 바라보고 있었을까.

물론 그때의 쵸로미도
겨우 중학생이었습니다.

무섭고,
눈치가 보이고,
나까지 미움받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때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일이
없었던 일이 되는 건 아니지요.

아마 그래서
그 시절을 떠올리면

쵸로미가 괴롭힘을 당했던 기억보다
친구가 괴롭힘을 당할 때
처음에는 모른 척했던 기억이
더 먼저 떠올라요.

어제까지 친구에게 향하던 이지메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쵸로미를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저도

이지메를 보는 사람이 아니라
직접 견뎌야 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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