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쵸로미 | 26/10/09 17:55 | 추천 0 | 조회 709

한달간 차박하며 동일본 일주한 이야기 - 2 +4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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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서 홋카이도까지 6000km
스무 살 여름, 동일본 일주 한달 차박여행기

1화 처음 가는 길
https://humoruniv.com/pds1425752
2화 바다를 달리다
3화 뜻밖의 인연
4화 엔진경고등
5화 사도광산
6화 체포 위기
7화 바다를 건너 홋카이도로
8화 도로 끝
9화 북쪽 바다
10화 홋카이도의 여름
11화 동쪽 끝
12화 다시 혼슈로
13화 바다와 온천
14화 후지산
https://humoruniv.com/pds1426168
15화 집으로

눈을 떠보니 바다였습니다

전날 밤.
시가현을 빠져나와 후쿠이까지 올라오면서
처음 보는 길을 한참 달렸습니다.

그리고 완전히 어두워진 뒤에야
휴게소 미치노에키 코노(道の駅 河野)에 도착했어요.



사실 어디가 어딘지도 잘 몰랐어요.
밤이라 주변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고,
주차장 불빛만 조금 들어와 있었습니다.

차에서 내려 봐도
산인지 바다인지
그냥 새까맣기만 했어요ㅋㅋㅋ

그래서 “대충 이쯤이면 되겠지.”
하고 적당한 자리에 차를 세웠습니다.

뒷좌석을 접고, 에어매트를 펴고,
그렇게 동일본 일주 첫날을 마쳤어요.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서 차 문을 열었습니다.

“...어?”

눈앞이 파랗습니다.
진짜 말 그대로 바다였습니다.



어젯밤에는 아무것도 안 보여서 몰랐는데
쵸로미가 차를 세운 곳 바로 앞,
난간 하나 너머로 바다가 쫙 펼쳐져 있었어요.

어제 밤에는 존재조차 몰랐던 바다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갑자기 시야 전체를 채우고 있으니까
묘하게 감동적이더라고요.

일부러 일출 명소를 찾아간 것도 아니고,
좋은 뷰가 있는 숙소를 예약한 것도 아니고,
그냥 졸려서 아무 데나 차 세우고 잤는데
일어나 보니까 바다ㅋㅋㅋㅋ

이런 게 차박의 재미인가 봅니다.
잠도 아직 덜 깬 상태로
난간 앞에 서서 한동안 바다를 보고 있었습니다.

첫날에는
‘진짜 출발했구나.’ 정도였다면,

이때부터 조금씩
‘아, 이제 정말 내가 모르는 곳으로 가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어요.

오늘은 그냥 바다를 따라갑니다
아침은 차에 있던 걸로 간단하게 해결했습니다.
여행이라고 매 끼니 맛집을 찾아다니는 스타일은 아니라서요ㅋㅋ

간단히 씻고,
짐을 대충 정리하고,
다시 운전석에 앉았습니다.

오늘도 목적지는 북쪽.
후쿠이현을 지나
이시카와현까지 올라갈 생각입니다.

그런데 지도를 보니
굳이 내륙쪽의 고속도로로 갈 필요는 없겠더라고요.

어차피 시간도 있고,
당장 어디까지 가야 한다는 일정도 없으니까
그냥 바닷가를 따라 올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이 선택이 정말 좋았어요.
후쿠이현의 서북쪽 에치젠 해안을 따라가는 길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바다와 가깝습니다.

한쪽에는 산과 절벽이 붙어 있고,
반대쪽에는 그냥 바다가 계속 따라옵니다.

잠깐 바다가 안 보이나 싶으면
커브 하나를 돌자마자 다시 나타나고,

또 조금 가면 작은 어촌마을이 나오고
마을이 끝나면 다시 바다.
그리고 또 바다.

고속도로로 달렸으면
아마 후쿠이는 그냥
‘지나간 현’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렇게 해안을 따라서 천천히 가니까
처음으로 "후쿠이는 이런 곳이구나.”
하고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건 뭐지? 호코지마 신사(鉾島神社)

그렇게 달리다가
바다 쪽에 조금 이상하게 생긴 바위가 하나 보였습니다.

그냥 바위라고 하기에는 크고,
섬이라고 하기에는 육지에 너무 가까워요.



게다가 자세히 보니까 사람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저길 올라갈 수 있다고?”
궁금하면 또 가봐야죠ㅋㅋㅋ

차를 세웠습니다.

여기는 호코지마(鉾島).
에치젠 해안에 솟아 있는
약 50m 높이의 바위섬인데,

바위 사이로 사람이 걸어갈 수 있게
작은 길과 계단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멀리서 봤을 때는 그냥
“오, 특이하게 생겼네.” 정도였는데,
가까이 가니까 느낌이 완전히 달라요.


바위가 평평하게 이어져 있는 게 아니라
수많은 돌기둥을 세로로 묶어 세워놓은 것처럼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좁은 길을 따라
조금씩 위로 올라갑니다.

옆에서는 계속 파도가 부딪히고,
몇 걸음 올라갔다가 뒤를 돌아보면
방금까지 달려왔던 도로와 푸른 바다가 같이 보여요.



정상에는 아주 작은 신사가 있습니다 ㅋㅋ
엄청 규모가 큰 관광지도 아니고,
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곳도 아니에요.

그래서 좋았어요.

차를 타고 가다가
“저게 뭐지?”
↓
차 세움.
↓
올라가 봄.
↓
“오오오.”
↓
다시 차에 탐.

쵸로미가 생각하는 자동차 여행의 재미가
딱 이런 것 같아요.

처음부터 일정표에 넣어놓은 곳보다
길에서 우연히 발견한 곳이
이상하게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도진보(東尋坊).

여기는 쵸로미도 이름은 알고 있었습니다.
사진도 여러 번 봤고요.

그런데 역시 이런 곳은 사진과 실제가 조금 달라요.

사진으로 보면
“오, 절벽이네.”정도인데,
직접 가까이 가 보면
생각보다 바위가 큽니다.



그리고 바다도 훨씬 아래에 있어요.
도진보의 상징적인 풍경은 거대한 주상절리가
바다를 향해 길게 끊어져 내려가는 모습입니다.

절벽 아래에서는 파도가 계속 부서지고,
산책할 수 있는 바위지대도 상당히 넓게 이어집니다.

바위 끝으로 조금씩 걸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어..... 생각보다 높은데?” 하게 됩니다.

그리고 바람까지 붑니다.
바위 사이로 아래를 내려다보면
푸른 바닷물이 들어왔다가

쾅! 하고 바위에 부딪혀서 하얗게 부서집니다.

관광지라서 사람이 꽤 있는데도
조금만 바다 쪽으로 나가면 사람 목소리보다
바람 소리와 파도 소리가 더 크게 들려요.

그리고 쵸로미는 여기서 또 느꼈습니다.
난간이 없네????


물론 아무 데나 들어가면 안 되지만,
한국의 유명 관광지였으면
‘추락 위험’
‘출입 금지’
‘넘어가지 마시오’
하고 펜스가 두세 겹은 있을 것 같은 곳을
사람들이 꽤 자유롭게 걸어다닙니다.

쵸로미도 괜히 자신 있게 앞으로 갔다가
아래 한번 내려다보고
조용히 두 걸음 뒤로 물러났습니다.

역시 자연 앞에서는 쫄보가 오래 삽니다.

자동차로 해변을 달릴 수 있다고요?

그리고 다시 차를 탑니다.
오늘은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이시카와현으로 넘어갑니다.
쵸로미가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게 있었어요.

치리하마 나기사 드라이브웨이
(千里浜なぎさドライブウェイ).

여기는 조금 이상한 도로입니다.
왜냐하면 도로가 없습니다.
정확히는 백사장이 도로입니다.



처음 입구에 도착했을 때도
잠깐 멈칫했습니다.

내비게이션은 이쪽으로 가라고 하는데
앞에는 그냥 바닷가예요.
“.....여기로?”

그런데 앞차가 갑니다.
백사장으로.
또 갑니다.

경차도 갑니다.
승합차도 갑니다.

그러면
쵸로미도 갑니다.

모래 위로 차를 천천히 내려보냅니다.
처음에는 타이어가 빠지는 거 아닌가?
조금 걱정됐어요.

보통 모래사장에 차를 가지고 들어가면
푹 빠질 것 같잖아요.
그런데 생각보다 단단합니다.

치리하마는 모래 입자가 매우 고르고 미세해서
적당히 수분을 머금으면 단단하게 다져지는 특성이 있다고 해요.

그래서 일반 승용차도 달릴 수 있고,
법적으로도 차량 통행이 허용된 아주 특이한 해안도로예요.

그리고 몇십 미터쯤 달려보고 나면
걱정은 금방 사라집니다.

그때부터는 그냥
신납니다ㅋㅋㅋㅋㅋㅋ

왼쪽에는 바다.
오른쪽에는 모래사장.
그리고 그 사이를
차를 타고 달리고 있었어요.


창문을 조금 열면
바닷바람이 들어오고,
파도는 정말 몇 미터 옆에 있고요.

일반 도로에서는 있을 수 없는 풍경이에요.
도로 옆에 바다가 있는 게 아니라
쵸로미가 지금 해변 안에 들어와 있어요.

조금 앞에 가던 차가
마음에 드는 곳에서 멈춰요.
사람들이 내려서 사진을 찍어요.

또 다른 차는 천천히 파도와 나란히 달려요.

쵸로미도 결국 중간에 차를 세웠어요.

그리고 내려서 뒤를 돌아봤어요.
모래 위에 쵸로미의 차가 있고,
그 뒤에는 방금 지나온 타이어 자국이 길게 이어져 있어요.

“이건 좀 신기하다!!!.”
너무 재밌었어요.

이제 오늘 잘 곳을 찾아야 합니다

치리하마에서 실컷 놀고 나니
한 가지 현실적인 문제가 생겨요.

'오늘은 어디서 자지?'

예약한 호텔?
없습니다.

계획?
당연히 없습니다.

지도를 펼쳐 보니
앞으로는 길게 뻗은 노토반도가 있어요.

그러면 또 생각합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조금만 더 올라가 볼까?”
여행에서 가장 위험한 말이에요.

조금만 더.
그 조금만 더가
한 시간이 되고
두 시간이 됩니다.

그래도 올라갑니다.
치리하마처럼 넓고 시원한 해변을 벗어나니
풍경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해요.

마을 사이의 거리는 길어지고,
큰 건물은 줄어들고,
차도 조금씩 적어져요.



낮에는 분명
도진보에도 사람이 많았고,
치리하마에서도 차들이 계속 오갔는데

노토반도 깊숙이 들어갈수록
갑자기 여행의 분위기가 조용해집니다.

이제는 관광이라기보다는
그냥 길을 가고 있는 느낌.

오늘의 정착지 센마이다(白米千枚田)

그렇게 이날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이
미치노에키 센마이다(道の駅 千枚田).

바로 앞에는
시로요네 센마이다(白米千枚田)가 있습니다.

산비탈에서 바다 쪽으로
조그마한 논이 수없이 층층이 내려가는 곳이에요.

공식 안내를 보면 이곳에 무려 1,004개의 작은 논이 이어져 있고,
그 끝이 바다와 맞닿습니다.

(센마이다 공식 웹사이트 발췌)

사진으로 보면
‘예쁜 계단식 논’ 정도인데,
이날 쵸로미한테는 조금 다른 의미였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처음 본 것도
바다.

호코지마에서도
바다.

도진보에서도
바다.

치리하마에서는 아예
바다 옆 모래사장을 차로 달렸고,

하루 종일 북쪽으로 올라온 뒤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에서도
논 아래로 다시 바다가 보였습니다.

그때서야 문득
“오늘 하루 종일 바다였네.”
싶었어요.

여행하다 보면
처음부터 주제를 정하지 않았는데도
이상하게 하루가 하나의 이야기처럼
이어지는 날이 있습니다.

해가 지고 나면
관광객들이 하나둘 빠지고,
주변은 금방 조용해집니다.

낮에는 아름다웠던 노토반도도 밤이 되니까
조금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도시에서처럼
편의점 간판이 계속 나오는 것도 아니고,
가로등이 길게 이어지는 것도 아니에요.

조금만 주변이 어두워지면
정말 깜깜해요.

스무 살 여자 혼자,
집에서는 이미 엄청 멀리 떨어져 있고,

아는 사람도 없는 노토반도에서
오늘도 차에서 잡니다.

이렇게 써놓으니까
지금 생각하면
“너 대체 무슨 생각으로 다녔니?”
싶은데요ㅋㅋㅋㅋㅋ

당시에는 무섭다는 생각보다
신기하다는 생각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아직 여행 초반이었으니까요.

뒷좌석을 접고,
에어매트를 펴고,
오늘 사용한 물건들을 대충 정리했어요.

이틀밖에 안 됐는데
이제 슬슬
차를 숙소로 만드는 과정도 빨라집니다.

앞좌석으로 짐 옮김.
↓
뒷좌석 접음
↓
매트+담요.

오션뷰 호텔 완성.
화장실은 밖에 있습니다.

차 안에 누워서
오늘 달린 길을 다시 생각했어요.

아침에는 난간 바로 앞에
바다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일어났는데,

하루가 끝날 무렵에는
그 바다를 몇백 킬로미터 가까이
계속 따라 올라와 있었어요.

그리고 내일이면
노토반도를 빠져나와
가나자와를 지나,
또 처음 가보는 도시.
도야마로 향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내일도 그냥
오늘처럼 평화롭게 달리면 될 줄 알았습니다.



(AI활용)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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