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쵸로미 | 26/10/18 19:48 | 추천 0 | 조회 702

열 살의 봄, 저는 일본으로 떠났습니다 - 4 +21 [10]

웃긴대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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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https://humoruniv.com/pds1429231

어느 순간부터는
제가 일본에 적응하고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게 됐습니다.

그냥 아침에 학교에 가고, 친구들과 놀고,
집에 돌아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 됐으니까요.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간사이 사투리도 자연스럽게 입에 붙었어요.

한국에서 일본어를 쓸 때는,
엄마가 일부러 표준어를 썼거든요.

어느 날 집에서 제가
「せやろ?」(그라제?)
하고 대답하자

엄마가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もう関西人やん。」
(이제 완전 간사이 사람이네.)

저는 그 말이 뭐가 특별한지도 몰랐어요.

이미 쵸로미한테는
너무 자연스러운 말투가 되어 있었으니까요.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었던 학교도
이제는 그냥 쵸로미가 다니는 학교였습니다.

급식을 먹고,
청소시간에 장난치다가 혼나고,
운동회에서 친구들이 제 이름을 불러주고,
방과 후에는 친구 집에 놀러 갔어요.

제가 한국에서 왔다는 것도
더 이상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었어요.

그냥 포켓몬을 좋아한다거나,
달리기가 빠르다거나 하는 것처럼
저를 설명하는 특징 중 하나가 됐어요.

그렇게 쵸로미는
어느새 평범한 일본 초등학생처럼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제가 일본에서 가장 편안해졌을 무렵,

이번에는 한국에 갈 때마다
조금씩 낯선 느낌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방학이 되면 쵸로미는 한국으로 갔습니다.
일본에는 엄마와 학교가 있었고,
한국에는 아빠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한국에 가는 것을
당연히 ‘돌아간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본은 지금 사는 곳이고,
한국은 원래 제 집이 있는 곳.

그런데 몇 년이 지나자
상황이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한국에 가는 것이 여행처럼 느껴지고
일본에 오는 것이 집처럼 느껴졌어요.

가장 먼저 느낀 것은 한국어였습니다.

일본에 처음 갔을 때는
분명 일본어가 조금 어색했어요.

그런데 매일 학교에서 일본어를 쓰고,
친구들과 놀고, 책을 읽고,
TV를 보고 살다 보니

어느새 일본어는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언어가 됐어요.

반대로 한국에 오면
가끔 말이 바로 나오지 않았어요.

하고 싶은 말은 있는데
적당한 한국어 단어가 떠오르지 않거나,
일본어 표현을 그대로 옮겨서
이상하게 말할 때도 있었습니다.

아빠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너 한국말 좀 이상해졌다.”

“안 이상해.”

“이상한데?”

“아니거든.”

우기기는 했지만
쵸로미도 알고 있었습니다.
예전과 같지는 않다는 걸요.

읽고 쓰는 건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말할 때는 발음이 이상해지고 있었어요.

한국에서는 가끔 제가 일본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반대로 일본에서는
아무리 일본 이름을 쓰고,
자연스럽게 일본어를 해도
제가 한국에서 왔다는 사실이 따라왔습니다.

한국 사람이 제 일본어를 들으면
일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일본 사람이 제 한국어를 들으면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일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저는 한국에서 온 아이였고,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는
일본에서 사는 아이였습니다.

그 무렵부터 조금 이상한 질문이 생겼습니다.

‘나는 대체 어느 쪽일까.’

어느 방학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빠와 둘이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아빠가 갑자기 물었어요.

“일본에서 사는 거 좋아?”

“응.”

“학교도?”

“응.”

“친구들도 많고?”

“응.”

아빠는 잠시 생각하다가
조금 더 진지하게 물었습니다.

“그럼 앞으로도 계속 일본에 있고 싶어?”

그 질문에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어요.

지금 학교가 좋다는 것과
앞으로 어디에서 살고 싶은지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으니까요.

한참 생각하다가 쵸로미는 말했어요.

“모르겠어.”

아빠는 재촉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에 다시 와서 살고 싶으면 와도 되고.”

“응.”

“일본에서 계속 공부하고 싶으면 그래도 되고.”

“응.”

“나중에 다른 나라에 가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되고.”

그래서 쵸로미가 물었습니다.

“아빠는 내가 한국에 왔으면 좋겠어?”

아빠는 잠깐 생각했습니다.

“아빠가 원하는 데서 사는 게 아니라,
네가 살고 싶은 데서 살아야지.”

그때는 그 말이
그렇게 특별하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쵸로미의 머릿속에는
다른 질문이 계속 맴돌았습니다.

나는 한국 사람인가.
일본 사람인가.
둘 다인가.
아니면
둘 다 아닌가.

혼혈이라는 말을 들으면
두 가지를 정확히 절반씩 가진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한국인 절반, 일본인 절반.

그런데 실제로 살아보니
그렇게 깔끔하게 나뉘지는 않았어요.

어떤 순간에는 제가 아주 한국 사람처럼 느껴졌고,
어떤 순간에는 일본 사람이 된 것 같았어요.

그리고 또 어떤 순간에는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것 같았어요.

한국 사람이 쵸로미를 보면
“일본 사람 같다”고 했고,

일본 사람이 쵸로미를 보면
“한국 사람 같다”고 했어요.

어릴 때의 쵸로미는
그 말을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양쪽을 모두 가진 사람이 아니라
양쪽에서 조금씩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이도 저도 아닌 사람.

한동안은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어요.
사람은 반드시 한쪽을 골라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나는 한국 사람이야.”
혹은
“나는 일본 사람이야.”

둘 중 하나를 말할 수 있어야
제 자신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어느 한쪽만 고르면
다른 한쪽을 거짓말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한국에서 태어난 것도 쵸로미였고,
일본에서 자라고 있는 것도 쵸로미였습니다.

아빠와 한국어로 이야기하는 것도 쵸로미였고,
친구들과 간사이벤으로 떠드는 것도 쵸로미였습니다.

어느 쪽도 가짜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방학이 끝나고
다시 일본으로 갈 때마다
공항에서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한국을 떠나는 것 같으면서도
집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일본에 도착하면
외국에 온 것 같으면서도
또 집에 온 것 같았어요.

어느 순간부터
쵸로미에게 ‘집’이라는 말은
한 장소만을 뜻하지 않게 됐어요.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쵸로미는,
겉으로 보기에는 일본 생활에 완전히 적응해 있었어요.

친구도 있었고,
학교생활도 즐거웠고,
일본어도 이제 너무나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런데 마음속에는
예전에는 없던 질문 하나가 생겨 있었습니다.

나는 누구일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생각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쵸로미는
새로운 교복을 입고
중학교에 들어갔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학교생활은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즐거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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