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 20분쯤에서야 V사 담당자가 나오고 우리는 보안검색대를 통과했음.
핸드폰에는 보안 스티커를 붙인채로.
그렇게 공장으로 들어가나 했는데, 성차장이 말했음.
"그럼 소장님은 마기꾼이랑 먼저 들어가시죠. 저희는 관리자랑 미팅을 해야해서요."
[아..또냐...근데 꾀돌이 이사는 왜 데리고 가냐?? 우린 검사기하러 온건데ㅡㅡ움직일거면 같이 움직여야지.]
결국 마기꾼과 둘이서 움직였음.
공장 입구에는 또 보안요원이 공안 경찰복을 입고 앉아있었음.
내가 그대로 들어가려 하자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며 제지했음.
마기꾼이 나의 형광색 조끼 주머니를 가리켰고, 자기 주머니에서 덧신을 꺼냈음.
나는 마기꾼이 하는대로 신발위에 덧신을 신었고 그제서야 보안요원이 길을 열어 주었음.
중국은 '보통화'로 대화하는데, 이런 외진곳에 오면 꼭 자기들 지역 사투리를 씀.
우리 나라야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뭐 그런 사투리들이 있긴 하지만 알아 듣는데는 큰 무리가 없음.
중국의 사투리는 마치 우리가 제주도 사투리를 듣는 느낌임. 언어 체계가 다르다고 할까?
굳이 보통화를 놔두고 우리에게 사투리로 말을 하는 보안도 이해가 안갔음.
얘네들은 자연스럽게 외지인을 이렇게 구분하는 듯.
덧신을 신고 공장 내부 복도를 걸어 실제 현장 입구로 가니 그곳에 다시 검색대가 나왔음.
지하철 개찰구 같은 모양인데, 이곳에 입구에서 받은 출입증을 찍으면 열리는 형태.
내가 출입증을 찍으니 알림음이 떴음.
"현장출입 권한이 없습니다."
마기꾼이 자신의 출입카드를 찍으니 문이 열렸고,
따라 들어가려 하자 마기꾼이 손동작으로 나를 제지했음.
그리고 안쪽을 향해 소리쳤음.
"따제~~따제~~!(큰누님, 큰누님~~)"
그러자 의사가운을 입은 할머니 한분이 나와 내게 명단을 하나 건넸음.
거기에 내 이름과, 성별, 출입증 번호를 기입하니
할머니가 자기 출입증을 찍어주며 들어오라고 손짓했음.
그곳을 통과하니 신발장과 사물함이 나왔는데 익숙한 발꼬랑내가 올라왔음.
무O이랑 다르게 V사는 여전히....오히려 익숙해서 다행..
비밀번호를 돌려서 열고닫는 사물함 이었는데, 그곳에서 입고있던 형광조끼를 벗고, 핸드폰과 밸트를 풀어 넣은 뒤, 무진가방을 매고 들어가려 했음.
이번에도 마기꾼이 손동작으로 나를 제지하고, 자기가 하는 양식을 보여주었음.
[얘는 자꾸 말로 안하고, 무슨 침팬지 조련하듯 손으로 다 통제하네]
무진가방도 사물함에 넣고, 옷과 안전화, 안전모만 챙긴채로 내게 눈짓을 했음.
특이하게 안전모가 노란색이었는데.. 뭐 대장 표시인가..?
이사들 앞에서의 싹싹함과 친절함은 온데간데 없이, 강한 지배력을 뿜어내는 마기꾼.
[역시 보자마자 쎄...하더라니..]
하지만 상관없었음. 어차피 업무에 있어서 그가 나를 간섭할 기술적 건덕지는 1도 없으니까.
여자보안직원은 얼음같은 차가운 표정으로 무심하게 우리의 무진복을 흔들고, 뒤집어 까고 안전모를 탁탁 털었음. 특히 안전화 내부까지 체크를하는 꼼꼼함.
[아..여기는 USB 발목양말 숨기기 같은 꼼수는 절대로 안되겠구나..]
그렇게 들고가는 소지품을 싹- 털어버린 후 감지기로 우리몸을 훑었음.
보통 라이터, 핸드폰, 동전이나, 열쇠, 볼펜, 벨트의 쇠 성분이 있으면 감지기가 소리를 냄.
그제서야 우린 옷장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음. 여권과 핸드폰이 사물함에 들어있는 부분이 조금 신경쓰이긴 했지만 다행히 비밀번호 체계라 T사 만큼 걱정되진 않았음.
옷장에서 무진복을 입고 드디어 생산 현장으로 들어갔음. 3중 4중 체계의 보안을 뚫고 들어오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낭비되는지...
이미 오전 출근하며 불타오르던 '의욕'은 사그라들고 몸은 무겁고 머리는 둔해졌음.
***
마기꾼의 뒤를 멍하니 따라가니 라인 내부는 마치 전쟁통의 참호 전투마냥 생산 설비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음. (사람 2명이 어께를 나란하게 걸으면 꽉 찰 정도의 간격)
마치 미로를 찾듯 좌로 꺾었다가 우로 꺾었다가 중간에 빈틈으로 빠지며 길을 찾아갔음.
목적지는 하얀색 화이트보드 앞이었음.
내가 물었음.
"여기는 왜?"
"이제 작업수행서 작성하고, 담당자 싸인 받아야 해."
[와...또 기다려...?]
화이트 보드가 많이 보였는데, 각 보드마다 하청회사 이름들이 걸려있었음. 자석이 파란색 빨간색 붙어서 투입 인원을 표시했고, 그날 담당자의 등번호, 비상연락망 번호가 걸려있었음.
A4용지도 하나 걸려있었는데, 거기다가 빼곡하게 한자로 무언가를 적는 마기꾼.
곧이어 내게 펜을 주며 자기 이름 옆을 가리켰음. 그곳에 내 이름을 한자로 적었더니 마기꾼이 약간 놀란 표정으로
"너 한자 쓸줄 알아!?"
"알겠냐!? ㅋㅋ 그냥 내이름 석자 쓰는거지. 딴건 몰라. 한국인들 대부분이 제 이름 석자는 한자로 쓴다."
"그렇구만. 근데 한자 쓰지마. 니 등에 적힌 영어로 다시 써."
[아...이놈의 TMI...]
그곳에서 30분을 다시 기다렸음. 내가 옆에 있는 설비라인에 살짝 몸을 기대자 마기꾼이 나를 툭 쳤음.
"기대지마. 관리한테 걸리면 반성문, 또 걸리면 벌금 내야 돼."
"그래..;;"
한참 서있다가 쪼그려 앉았음. 또다시 마기꾼이 나를 툭 쳤음.
"쪼그려 앉지마. 관리한테 걸리면 반성문 써야 돼."
"그러면 종이 깔아놓고 뭐 쓰는척 하면?"
"안돼."
"왜? 걸리면 뭐 쓰고있었다 하면 되지."
"..........."
"....알았어...뭐냐 이 공장은...왤케 삭막해 ㅡㅡ"
한참 기다리다보니 슬슬 짜증이 났음.
"마기꾼. 우리끼리는 못움직이냐?"
"어. 담당자 대동해야 돼."
"왜?"
"너는 방문자 자격으로 온거라. 너 혼자 못움직여."
"너는?"
"나는 가능하지."
"그 방문자가 핵심 엔지니어인데? 일 안할꺼야?"
"담당자가 올거야."
"근데 왜 안오냐고."
"기다려. 곧 오겠지."
"나는 어제 이후로, 니가 말하는 '곧', '조금만' 이라는거 절대 안믿어. 말해. 몇분이야?"
"1시간 안에는 올거야."
"그냥 니가 가서 데려와라 좀."
".........."
"아 진짜 일 안할거야!?"
마기꾼이 불편한듯 내 눈을 바라봤음.
"와 너 눈 진짜 잘생겼다 ㅋㅋㅋㅋ"
"하아...기다려. 어디가지 말고. 설비 절대 손대지 말고. 기대지도 말고. 쪼그려 앉지도 말고."
"오케오케. 약속지킬테니 빨리 담당자나 데려와 ㅡㅡ"
그렇게 마기꾼이 사라졌고. 나는 그저 멍하니 돌아가는 타업체의 설비를 바라봤음.
아..불빛이 파랗고 예쁘구나...오 무슨 레이져같네....
그렇게 멍하니 바라보다가 옆에있는 경고 스티커가 보였음.
"아 씨X! UV 조명이네 ㅡㅡ"
나 실명하는거 아니지!? 멍때리다가 큰일 날 뻔 ㅡㅡ
[안전교육 혜자네...]
장비업게 초짜들은 조심할것. 빛이 예쁘다고 아무거나 쳐다보면 안됨.
15분 정도 후 마기꾼이 담당자를 데리고 왔고, 작성한 문서에 담당자 싸인을 받은 후 담당자 동행 하에 드디어 AOI 설비로 갈 수 있었음.
이곳은 T사와 다른게 T사의 경우 라인 전체가 K테크 장비였음. 하지만 V사의 경우 라인이 모두 중국회사였고, 정확히 AOI 하나만 K테크였음.
즉, T사의 경우 K테크의 본딩기가 Main인 환경이라면 V사의 경우 100% AOI가 Main인 환경.
적어도 T사에서는 AOI가 조금 미진하더라도 본딩만 잘 되면 협상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V사에서는 AOI외에는 협상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는 거임.
즉, 내 능력에 판이 좌지우지되는 환경. 물론...그만큼 실패의 책임도 모두 나에게 종속됨.
AOI의 동작을 관찰했음. 여기도 T사와 다를게 없었음.
분명 눈으로 드러나는 NG 제품인데도 양품으로 나가고 있는 상황.
"검사에 NG가 없네.."
"............"
담당자에게 물어봤음.
"이거 검사 영역 세팅. FPC 안쪽으로 세팅했지?"
"응."
"이유는?"
"양품 불량 가릴것 없이 알람을 발생시키니까."
"한번 보여줄래?"
"안돼. 라인 세우면 양산률 떨어져."
"AOI 고치고싶지 않아?"
"고칠수는 있고?"
"못고칠거면 내가 왜 왔겠어? 고치려고 온거잖아. 증상을 정확히 봐야 고치지."
"못고치면?"
"응. 그럼 사과할께 ㅋㅋ"
"........"
담당자가 마기꾼을 쳐다보자 마기꾼이 프로그램을 세팅했음. 그런데 손동작이 정말 빨랐음.
키보드 마우스 만지는것만 봐도 T사의 작은 타이슨과는 그 '격'이 달랐음.
[마음에는 안들지만. 확실히 AOI 전문 대응인력임은 확실하다..!]
삐익~삐익~삐익~
검사 영역을 정상화 하자마자 울리는 알람.
그리고 생산라인이 멈추며 사용자에게 판정을 선택하라는 선택 창이 떴음.
마기꾼이 OK로 흘려보내자 제품이 다음 라인으로 넘어감.
그렇게 2~3초간 양산이 진행되다가 다시 알람이 울렸음. 다시 판정 선택창이 떴고, 마기꾼은 OK판정. 그렇게 또 5초뒤 알람 발생. 라인 정지.
담당자가 말했음.
"봤지? 제대로 검사기능을 켜면, 양산을 할 수가없어."
내가 물었음.
"너네..이 상태로 3년을 기다린거야?"
"어."
한국사람들은 중국을 미워하면 안됨. 이게 만약 한국 기업 L사나 S사였잖아?
2~3일 내로 K테크 회장은 이곳에 소환되어 도게자 하고 있어야 함.
이따위 쓰레기 설비를 납품한 죄로..
그에 비하면 이 대륙인들을 보라...
대인배 답게 3년이라는 긴 시간을 조용히 기다려주지 않았나..!
그것도 너네 사장 나오라 그래!! 이게 아니라 너네 대응 안해주면 잔금 남은거 안준다? 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선을 지켜왔음.
간혹 중국에서 초짜 한국 출장자들이 열받으면 중국 가게, 혹은 공항, 식당, 호텔에서
불만족 스러운 서비스를 받으면
"니네 사장 나오라그래!!"
를 시전하곤 하는데. 그걸 지켜보는 중국인들에게는 굉장히 뇌정지가 오는 신선한 경험임.
[이 문제를 해결하는게 사장이랑 무슨 관계지!?!?]
실제 사장이 불려나와도 사장의 생각도 똑같음.
[이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 뭘 해달라는거지??]
그저 가운데서 날뛰는 한국인을 바라보며, 한국인들은 참 화가 많구나.. 생각함.
간혹 운.나.쁘.게 사고의 흐름이 유연한 중국인을 만나게 되면 그들은 그 '의도'를 알게 됨.
[아아... 나와의 실무적 협상을 건너뛰고 상급자를 불러 내 '밥그릇'을 위협하여,
나를 치졸하게 굴복 시키려는 불합리한 방법이구나? 나는 양보할 생각이 없으니 결국 나를 짤리게 만들테고. 내 밥그릇이 엎어지면 나는 죽는거니까.]
이걸 깨달으면 즉각 반응을 함.
[나를 죽이려 했으니 너도 죽어라.]
중국은 생각보다 하루벌어 하루를 사는 농민공들이 많음.
돈을 못벌면 당장 내일을 걱정해야 할 사람이 정말로 많음.
그런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 밥그릇 도전에 대한 해결책은 간단함.
일단 주변에 잡히는 무기를 꺼내는거지.
사람을 죽이면 사형이지만, 어차피 이래죽으나 저래죽으나.
우리 나라처럼 죄를 지으면 반드시 잡힌다는 개념도 없음.
제발.... 중국에서 사장 나오라 그래를 하면 안되는 이유임.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이 문화적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함.
그냥 '!?!?' 하며 쳐다보고있음.
그 덕분에 K테크는 3년이나 이득을 보고있는거임.
중국과 거래하면 망한다는 입소문이 있지만 실상은 이렇게 이득보는 경우가 굉장히 많음.
어쨌든 이곳은 공장이고, 여전히 이곳은 '품질' 보다는 '물량'이 더 중요한 곳임.
막상 검사기의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기술자가 왔지만, 당장에 '물량'이 더 중요한 곳.
몇번 알람이 울리자 뒷 공정 담당자들이 우르르 몰려왔음.
누가 '검사' 기능을 활성화 했냐고..
다시 설비를 정상화(?) 한뒤, 마기꾼에게 말했음.
"볼거 다 봤으니까 나가자."
"!?!?"
"나가자고."
"일 안해?"
"무슨 일?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어?"
"검사기 고쳐야지?"
"그래. 고치려면 나가야지. 증상은 봤잖아?"
"여기서 고쳐야지?"
"노트북도 못들고 들어오잖아? 나는 방문객이니까."
"들고 들어올 수는 있어."
"어. 하지만 들고 나갈 수는 없겠지."
"그렇긴 하지."
"그러면 굳이 여기서 고치라는 말을 할 이유가 있을까?"
"그렇군."
하아...파트너는 전형적인 사고흐름이 유연하지 않은 스타일이었음.
[대화하기 힘들어 지겠네..언제 버전찾기 부터 설명을 해야할까..]
불편해하는 마기꾼을 데리고 현장을 나가려 하자 저 멀리서 V사 설비 관리자들이 우르르 몰려오는게 보였음.
"야!!!!!저기 K테크 다!!!!!!!!!!!"
"어디!? 어딨어!?!?! 저깄다!!!!!"
"야~~!! 니들 어디가!!!!!!!!!!!!"
[뭔가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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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했다아!!!!!
기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