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함을 보며 나는 부들부들 떨어야 했음.
ATT_Source.zip
ATT_Source_New.zip
ATT_Source_Final.zip
ATT_Source_Final_Real.zip
ATT_Source_Final_Real_Last.zip
............
차라리 저랬다면 희망은 있었을 거임.
최소한 하나의 프로젝트를 여러 번 수정하며 서로 다른 버전을 보내고 있다는 뜻이니까.
현실은 생각보다 더 심각했음.
.............
ATT_장미.zip
ATT_튤립.zip
ATT_매화.zip
ATT_진달래.zip
ATT_모란.zip
................
".............."
통풍이와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
"인마야."
"어."
"이거... 프로젝트가 다 다른 거 아니냐?"
"........응."
장미를 열었다.
그 안에는 또 다른 압축파일이 있었다.
장미_New.zip
장미_최종.zip
장미_진짜최종.zip
"............."
튤립을 열었다.
튤립_수정.zip
튤립_수정2.zip
튤립_최종.zip
튤립_최종_진짜.zip
"............."
매화를 열었다.
매화_OLD.zip
매화_NEW.zip
매화_최종.zip
나는 모니터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음.
"이건 소스코드가 아니야."
"?"
"고고학 발굴 현장이야."
성 차장에게 전화했음. 그래..내가 간과했다. 우리 사이어인들이 어느 행성으로 가는지는 확인했어야 했다..!!
"성차장님! 보내주신 메일 봤습니다. 프로젝트가 참 많네요? 꽃 이름으로 컨셉을 잡았나봐요!?"
"아아...네.."
"이번에 저희가 가야하는 Site가 어딥니까!?"
"아...그 말씀을 안드렸네요. 우O와 사천 입니다!"
"공장은요?"
"TCM과 BOM 입니다!"
"프로젝트가 몇개인거죠?"
"2개 입니다!"
"그런데 왜 주신 꽃들이 많은거 같죠?"
"............;;;"
"정확히 말씀해 주세요. 해당 공장의 프로젝트에 맞게 소스코드를 봐야 의미가 있거든요? 관계도 없는 코드 분석하면서 시간 날려봤자 K테크에 좋을게 없잖아요?"
"그...모..모란...이랑 매화 프로젝트 일...것..!? 같은데...확실하진 않거든요..."
"그 모란 밑에도 꽃잎이 4개 있고, 매화 밑에도 한 3장 있는거 같은데. 정확한 정보 없습니까?"
"저희가 그런 내부적인 자료 관리가 안되어 있습니다...."
"아니 ㅋㅋ 그럼 어쩌자구요? 그냥 현장에 가서 일단 되는거 있는지 다 때려박아 보자구요??"
"그...소장님이 코드를 분석해 주시면...찾을 수...있지 않을까요?"
"프로그래머랑 일하시고 싶은게 아니라 마술사랑 일하고 싶은 거였어요!?"
"아...안..안되나요..? 코드로는 안찾아 질까요..?"
"운이 좋으면 될거고, 안될수도 있겠지요. 지금까지 매화 프로젝트..그중에 하나를 파봤는데, 여기는 스테이지가 2개 있더군요?"
"아...그러면 제가 고객사에 물어보고 스테이지 2개인 설비가 어떤게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여기 예전처럼 라인스캔을 사용합니까? 아니면 에어리어 카메라를 사용합니까? 근데 신기하네요..예전에는 라인스캔만 썼었는데...코드를 보니 두개 다 짜여져 있어서 검사 로직을 어디로 들어가야 할지 모르겠던데."
[이게 내가 없던동안 Area 카메라 방식이 생긴건지...딩크족 팀장의 Interface 놀이인지 알 길이 없다...! 어후..]
"그것도 확인 해보겠습니다..!"
"네. 최대한 빠르게 알려주세요."
그렇게 5일이 지나고 성차장에게 연락이 왔음.
"소장님! 여권사진이랑 여권 스캔본으로 주실 수 있을까요?"
[뭐 벌써부터 출장 준비야!?]
"가능은 합니다. 그런데 출장 일정이 잡혔나요?"
"네. 차주 금요일에 우O로 출발 합니다."
"제가 알아봐 달라고 했던건요?"
".........."
"차장님. K테크가 갑이고, 제가 을 아닙니까? 제가 뭐 혼내는 것도 아니고, 설령 잘못을 했다고 해도 혼낼 입장이 아닌데 왜그리 어려워 하세요??"
"저희 내부적으로 논의해 본 결과...고객사에 그런걸 질문 한다는거 자체가..저희가 그만큼 설비에 무관심하다는 근거가 되기 때문에...지금 시점에서 그 부분을 알아봐 드리기가 참..."
"......그래서요?"
".........."
"일단 다같이 가서 현장에서 부딪혀 보고 판단하자...그건가요?"
"네....."
"후우....굉장히 갑작스럽네요. 우리 양사간에 피해가 없길 바래서 한마디 해도 되겠습니까?"
"말씀하시죠..."
"일을 잘 하는 사람은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일을 인정하고 상대가 착각하지 않도록 입장을 명확히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네. 그렇지요.."
"일단 서로간에 약속이 있으니, 저희 입장에서는 출장을 안나가겠다 할순 없구요. 출장은 나가드리겠습니다. 다만, 이 출장은 '탐색' 목적입니다. 무슨 말씀인지 아시죠?"
"네..네! 저희가 원하는 것도 딱 그정도 입니다. 탐색. 탐색이죠!"
"꼭 그렇게 말하고는 '해결'을 요구하는 분 들이 있습니다. 거기서 오해가 발생하죠. 서로 얼굴에 침뱉고 흙뿌리고 한다 이말입니다. K테크에서 일했던 제 경험이에요."
"아하하...그렇죠..소장님도 여기 다니셨었죠...;;"
"저한테 출장을 요청 하실거면, 공식적인 메일로 반드시. 이번 출장은 '해결'이 아닌 '탐색'이라는 부분 명시해 주시구요. 저도 지금와서 제한된 정보로는 코드를 봐도 의미가 없다는 판단입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게, 저는 설비를 다룰 줄 모릅니다. 코드를 보며 하나씩 파악할 순 있겠습니다만 제가 그렇게 까지 할 이유는 없을것 같구요. 꼭 ATT 설비 세팅을 할 수 있는 인원이 동행해야 합니다."
"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거 저희 경영진이랑은 얘기가 된 부분이죠?"
"네! 이사님과 얘기 다 끝났습니다!"
[문제는 나랑은 얘길 안했단 거지 ㅡㅡ; 쟤들이 나를 이사님 쫄로 보겠구나..]
"네 알겠습니다. 그럼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아. 참고로 말씀드리면, 이번 프로젝트건은 제가 하기싫으면 안하는 겁니다? 이사님이 오든 대표님 할아버지가 오든 제가 안하면 안하는거에요. 저희 회사에서는요. 차장님도 K테크 오래 다니셨으면 제가 어떤 타입인지는 아실것 같네요.ㅎㅎ 일정이나 기술적 소통은 반드시 저를 거쳐 주시길 바랍니다."
"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꼭 연락드릴께요!"
얼마후 꾀돌이 이사가 슬쩍 다가와 말을 걸었음.
"인마 소장님~"
"네 이사님."
"혹시 전화.. 들으셨죠?"
"출장 건이요?"
"네."
"잘 할 수 있겠지요...?"
"뭘 잘해요? 이번 출장은 해결이 아닌 탐색 목적인데."
"아..! 그렇죠.. 일단은 가서 봐야 해결을 할지 아닐지 아는거죠."
"네. 가서 안되겠다 싶으면 시원하게 GG 칠테니까 이사님도 그리 알고 계시죠. ㅋ"
"아...ㅋ 그래도 저는 소장님 믿습니다."
"............"
[입사후 3년동안 일을 해본적이 1도 없는데 뭘 믿는단 건지...]
내가 확인차 물어봤음.
"혹시 출장 멤버는 어떻게 됩니까? 탐색하러 가는데 통역은 있겠지요?"
"아. 통역은 성차장님 계시니까요~ 중문과 나오셨는데요. 모르셨어요? 아마 소장님보다 수준이 더 높으실 겁니다. 안심하세요! 그리고 백 이사님이랑 양 이사님, 저도 따라 갈테니까요~?"
"아.. 그래도 이사님이 같이 가주신다니 안심은 되네요...ㅎㅎ"
[그래. 여차하다 싸움나면 쿠션 역할은 제대로 해 주시겠네. 설비 보는 눈도 있고. 그나마 다행이다..]
내가 이 회사를 온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은 꾀돌이 이사의 존재임.
[손해라고는 1도 안보려는 성격과, 안전만을 쫓아다니는 당신이 이 회사를 근속하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나까지 뒈지진 않겠구나 하는 위안은 되니까. 물론 K테크 제조팀에서 당신이 원탑 이었다는 사실은 나도 인정하는 바이고.]
K테크 제조팀은 우리회사 대표를 좋아하지 않았음.
[실력은 없이 입만 살아있는 놈]
허세와 허풍이 K테크에서 우리 대표를 바라보는 키워드였음. 그리고 백 이사는 그런 아가/리 파이터들을 극혐했음. 설령 자신에게 대드는 나보다.
그럼에도 K테크가 희망없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우리에게 찾아온건 100% 꾀돌이 이사의 존재였을거임. 백 이사 그 양반 성격에 과거에 안맞았던 내가 아무리 실력이 있다 소문 무성해도 같이 일을 할 리가 없음. 이미 K테크에서는 포기하는 분위기인데, 굳이 돈들여서 나섰다가 안되면?
저 정치적인 양반이 위험을 감수할 리가 없기에..
결국 꾀돌이 이사 그가 구축해왔던 기술적, 인간적 '신뢰'와 신입당시 홀로 분투하던 내 책임감이 2%정도 더 해졌을까?
마음을 긍정적으로 가지기로 했음. K테크가 아무리 못났어도 지금의 우리 '십장 사무소'와는 그 격이 달랐음.
저 진또배기 갱상도 남자들의 터무니 없는 '꽌시'가 없었다면 나는 10년간 키워온 기술을 펼쳐 볼 기회조차 없었을 거임.
결국 일은 벌어진 것. 마지막은 꾀돌이 이사에게 '감사'의 마음으로,
적어도 진또배기 갱상도 남자들이 쪽은 팔리지 않도록 해줘야겠다 마인드 컨트롤을 했음.
얘기를 듣던 통풍이가 툭 던지듯 말했음.
"인마야. 내가 갈까?"
[그 안에 해외출장에 대한. 낯.선.것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낸 각오가 느껴져 고마웠음]
"응? 왜!?"
"너야 집에 애기도 있고..나는 아직 총각이잖아."
"통풍아. 내가 제일 극혐하던게 뭔지 알잖아? 집에 애기 있다고 징징거리면서 윗대가리들이 출장 회피하는거. ㅋㅋㅋ 총각이니까 한국에 있으면서 연애를 해야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갔음. 그래...그 윗대가리들이 이런 염려가 있었구나.. 자식은 낳아봐야 안다더니..]
그렇기에 물러날 수 없었음. 그들을 향해 뒤에서 손가락질 하고 비꼬았던 내 행동에 책임을 져야 했으니까.
그래야만 집에 있는 아들에게 이후 인생에 대한 오지랖을 부릴 수 있을것이라 생각했음.
"근데.. 너는 사정이 다르잖냐.. 제수씨도 외국인이고, 한국말도 서툰데..걔네들이랑 너랑 사정이 같냐."
"우리가 친구지만 직급은 내가 연구소장이다 임마.ㅋㅋ 가면 어떤 똥이 있는지도 모르는데 너 부터 보내겠냐? 나는 중국어도 되는데?? 그리고 외국에서 시집오는 여자가 보통 간덩이겠냐? 내가 간다."
"그럼 다음에는 내가 갈께."
"다음이 있다면 말이지...ㅎㅎㅎ 신경쓰지마라. 내가 판단하고 내가 책임진다."
그날부터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근처 병원을 대중교통을 타고 왔다갔다 시뮬레이션을 했음. 나 없을때 애기라도 아프면 혼자 병원은 가야지.
한국어로 아이가 아플때 증상 설명하는 대본도 만들어 아내 핸드폰에 전송했음.
마지막 보험으로 통풍이에게 급할땐 니가 살펴봐 달라 얘기도 해뒀음.
그렇게 시간은 흘러... 인천공항으로 향했음.
"결국..일단 부딪혀 보면 뭐라도 된다..디스 이즈 코리안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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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고구마…ㅠㅠ 갑갑하셨겠습미다 모란과 튤립 매화…
부담이 엄청났죠.. 10년만에 자존심이 걸렸는데ㅋㅋ 정보는 너무 제한적이었구요.ㅠ
그걸 왜 고객사에 ??? 설계 도면도 전혀 관리가 안되고 있다는 거네요
먼저 다읽느라 추천도 못눌럿네요 ㅎㅎ 다시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MOVE_HUMORBEST/1797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