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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07/17 19:03 | 추천 11 | 조회 18

[유머] 영화) [파묘]의 (스포)는 왜 장르 드리프트로 받아들여졌는가 +1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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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묘]의 (스포)는 왜 장르 드리프트로 받아들여졌는가


영화) [파묘]의 (스포)는 왜 장르 드리프트로 받아들여졌는가_1.webp


[파묘] 후반부의 오니는 아무 복선도 없이 난입한 존재가 아니다.

사람이 묻힐 수 없는 흉지, 이름 대신 좌표가 새겨진 묘비, 여우를 뜻하는 ‘기순애’,

범의 허리를 끊었다는 말, 친일파의 관 아래 세로로 박힌 거대한 관까지 영화는 처음부터 표면의 원혼보다 더 깊은 무언가를 준비한다.

개인의 탐욕과 친일의 업보를 파헤치자 그 아래 식민지의 상흔이 나오고,

묘를 한 겹 걷어낼수록 더 오래된 악이 드러난다는 구조도 제목과 정확히 맞물린다.

그러므로 “갑자기 일본 귀신이 튀어나왔다”는 비판만으로 후반부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오니의 존재는 서사적으로 충분히 약속되어 있었다.



그런데 관객이 장르를 인식하는 방식은 설정의 출처보다 장면이 작동하는 문법에 좌우된다.

전반부의 조상 귀신은 목소리와 빙의, 혈통을 따라 번지는 죽음으로 존재한다.

모습을 완전히 붙잡기 어렵고, 인물들은 관을 열어도 되는지, 화장하면 무엇이 벌어질지, 혼령이 누구에게 붙었는지를 해석해야 한다.

굿과 염습, 이장과 화장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행동 그 자체다.

풍수사와 장의사, 무당은 전사라기보다 보이지 않는 질서를 읽는 전문가로 움직인다.

공포 역시 “저것이 얼마나 강한가”보다 “우리가 무엇을 잘못 건드렸는가”에서 발생한다.

실제 의례와 직업의 세부가 쌓이면서, 초자연적인 사건도 현실의 어딘가에서 벌어질 법한 일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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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니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그 감각이 크게 바뀐다.

거대한 육체가 숲을 돌아다니고, 물고기를 먹으며, 사람을 추격해 물리적으로 살해한다.

인물들은 그것의 위치를 확인하고 피해 다니다가 약점을 찾아 직접 타격한다.

마지막 공격 역시 오행의 상극과 물에 젖은 나무라는 주술적 논리 위에서 이루어지지만,

관객이 눈앞에서 보는 장면은 결국 거대한 적의 속성을 간파해 쓰러뜨리는 보스전이다.


존재론적으로 오니는 여전히 음양술과 풍수, 쇠말뚝의 역사에 묶인 오컬트적 존재다.

다만 연출의 행동 문법은 ‘보이지 않는 저주를 해소한다’에서 ‘육체를 가진 괴물을 공략한다’로 이동한다.

그래서 “이제 오컬트가 아니라 몬스터 무비 아니냐”는 반응은 분류로서는 거칠어도, 관객이 느낀 변화에 대한 진술로는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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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사건이 상당히 완결적으로 닫힌다는 점도 낙차를 키운다.

친일파 조상의 원혼은 후손을 죽이러 다니다 관과 함께 불타고, 위험에 빠졌던 아기도 살아남는다.

관객은 한 편의 저주극이 끝났다고 느낀다. 그 뒤 영화가 다시 산으로 돌아가 새로운 관을 파내고 오니를 깨우면서,

숨겨진 진상이 이어진다기보다 영화 중간에 [파묘 2]가 시작되는 듯한 체감이 생긴다.

사적인 가족 저주는 한반도의 혈을 끊으려는 식민의 주술로 커지고,

속물적인 전문가들의 생존기는 국토와 후손을 지키는 항일 퇴마전으로 확대된다.

플롯은 연결되어 있지만 공포의 크기와 인물들의 역할, 영화가 요구하는 감정이 한꺼번에 바뀌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변화가 실수로 미끄러진 결과라고만 볼 수는 없다.

[파묘]는 처음부터 괴이한 존재를 피해 다니는 피해자들의 영화보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초자연적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퇴마 활극의 성격을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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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복선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이질감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복선은 무엇이 나올지를 준비하지만,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상대할지까지 자동으로 약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관객은 묘 아래 더 큰 악령이 있으리라는 신호는 받았지만,

그 악령이 완전히 가시화된 거구의 몬스터가 되어 속성 상성의 육탄전을 벌이리라는 감각적 계약까지 맺었다고 느끼지 못했을 수 있다.

[파묘] 후반부는 오컬트를 버리고 몬스터 무비로 변한 것이 아니라 오컬트의 원리를 몬스터 무비의 행동 문법으로 번역한 연출이었다.

그리고 그 번역의 과감함이 누군가에게는 장르적 해방이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앞서 사랑했던 영화가 갑자기 사라지는 배신으로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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