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상하게 분명 4k 영화인데 화질이 안 선명하네?"
요즘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종종 이런 반응을 보게 된다. “이거 최신 4K 영화 맞아? 왜 화질이 안 쨍하지?”
분명 아이맥스 상영작이고, 돌비 시네마로도 걸렸고, 4K 마스터로 제작된 작품인데도 화면이 생각보다 선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단순히 해상도가 낮다거나, 스트리밍 전송 상태가 나쁘다거나, 극장 영사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제작 자체는 고해상도 포맷으로 이루어졌고, 배포 과정에서도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저화질’이 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화면을 보면 묘하게 흐리다. 중앙부는 멀쩡한데 주변부가 풀어져 있거나,
빛이 소용돌이처럼 번지거나, 직선이 살짝 휘어져 보이거나, 인물 뒤의 빛망울이 동그랗지 않고 타원형으로 길게 늘어난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는 그 작품이 아나모픽 렌즈로 촬영되었기 때문이다.
아나모픽 렌즈는 일반적인 구면 렌즈와 다르다. 구면 렌즈가 화면을 비교적 정직하게 센서나 필름 위에 맺히게 한다면,
아나모픽 렌즈는 원통형 광학 요소를 이용해 이미지를 한쪽 방향으로 압축해서 담는다.
쉽게 말하면 촬영할 때는 가로로 눌린 이미지를 기록하고, 후반 작업이나 영사 단계에서 다시 좌우로 펼쳐 원래의 비율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일반 렌즈와는 다른 굴절, 왜곡, 플레어, 초점 특성이 생긴다.
우리가 흔히 “요즘 영화인데 왜 이렇게 안 쨍하지?”라고 느끼는 많은 이미지가 사실은 이 광학적 성격에서 나온다.
처음에 아나모픽 렌즈가 중요해진 이유는 간단했다. 더 넓은 화면을 얻기 위해서였다.
촬영 가능한 필름 면적이나 센서 비율은 정해져 있는데, 극장은 텔레비전보다 더 넓고 장엄한 화면을 원했다.
그래서 이미지를 가로로 압축해 기록한 뒤 다시 펼치면, 같은 필름 면적 안에 더 넓은 화면 정보를 담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일반 렌즈로 찍으면 16:9 비율에 가까운 화면이 나오는 카메라라도,
1.33배, 1.5배, 2배 같은 아나모픽 렌즈를 쓰면 후반에서 다시 늘렸을 때 훨씬 가로로 긴 화면을 만들 수 있다.
물론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단순히 넓은 화면비만 원한다면 일반 렌즈로 찍고 위아래를 잘라내면 된다.
디지털 시대에는 일반인도 쉽게 크롭을 한다. 반대로 아나모픽으로 찍어놓고도 최종 화면비 때문에 좌우를 잘라내는 경우도 있다.
즉 오늘날 아나모픽 렌즈는 더 이상 “넓은 화면을 얻기 위한 유일한 기술”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아직도 많은 감독과 촬영감독은 굳이 이 렌즈를 사용할까.
답은 역설적으로 그 ‘결함’에 있다. 아나모픽 렌즈는 화면을 완벽하게 깨끗하고 균질하게 만들지 않는다.
중심부와 주변부의 선명도가 다를 수 있고, 가장자리로 갈수록 초점이 무너지거나, 직선이 휘어지거나, 빛이 이상하게 번질 수 있다.
배경의 빛망울은 원형이 아니라 세로로 긴 타원이 되고, 강한 광원이 들어오면 가로로 길게 뻗는 렌즈 플레어가 생긴다.
[스타트렉: 더 비기닝]을 떠올리면 쉽다. 쌍제이 감독의 렌즈 플레어는 거의 농담처럼 회자되지만,
동시에 아나모픽 렌즈가 현대 블록버스터 이미지에 어떤 강한 서명을 남길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최근 영화들에서도 이 선택은 계속 반복된다.
[더 배트맨]은 ARRI ALFA 아나모픽 렌즈와 필름아웃 공정 때문에 중앙부는 또렷하지만 주변부는 무너지고,
어둠 전체가 눅눅하게 번지는 이미지를 얻었다.
[더 크리에이터]는 거대한 SF 블록버스터임에도 Sony FX3와 빈티지 Kowa 75mm 아나모픽 렌즈를 중심으로 찍으면서,
고해상도 디지털 이미지에 70~80년대 SF영화 같은 부드럽고 낡은 질감을 입혔다.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처럼 Panavision C Series 2x, Ultra Panatar II 1.3x, 구면 렌즈를 섞어 쓰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까 요즘의 아나모픽 사용은 “전부 이 렌즈로만 찍는다”가 아니라,
장면과 목적에 따라 렌즈군을 섞어가며 특정 질감을 호출하는 방식에 가깝다.
반대로 비교군도 있다. [탑건: 매버릭]은 Sony Venice로 6K 풀프레임 촬영을 하면서도 구면 렌즈를 주로 사용했다.
전투기 조종석 안에 카메라를 넣어야 했기 때문에 렌즈는 작고 가볍고 근접 초점에 강해야 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이미지는 아나모픽 특유의 주변부 붕괴나 타원 보케보다는,
실제 공간 안에 카메라가 들어가 있다는 물리적 선명함과 압박감으로 간다.
[아바타: 불과 재] 같은 논아나모픽 3D 대형 블록버스터도 마찬가지로,
아나모픽의 흐릿한 낭만보다는 스테레오 공간감, 피사체 분리, 디지털 월드의 명료함을 우선하는 쪽에 가깝다.
즉 “최신 대작인데 흐리다”와 “최신 대작이라 선명하다”는 둘 다 가능하다.
차이는 해상도보다 렌즈 철학과 촬영 목적에 있다.
특히 디지털 촬영 시대에 아나모픽의 특성은 더 매력적으로 쓰인다.
4K, 6K, 8K로 찍힌 이미지는 정보량이 풍부하고 깨끗하지만, 때로는 너무 건조하고 날카롭다.
배우의 피부, 세트의 질감, 조명의 경계가 너무 또렷하면 오히려 이야기의 분위기와 맞지 않을 때가 있다.
촬영감독들은 이 지나친 선명함을 그대로 두지 않는다.
빈티지 렌즈를 쓰거나, 필터를 끼우거나, 필름아웃을 하거나, 후반에서 질감을 조절한다.
아나모픽 렌즈도 그 방법 중 하나다. 해상도는 고해상도인데, 체감 화질은 부드럽고 흔들리고 오염되어 보인다.
그래서 “4K인데 흐리다”는 말은 반드시 나쁜 말이 아니다.
그건 해상도가 낮다는 뜻이 아니라, 이미지가 일부러 날카로운 선명함에서 벗어나 있다는 뜻일 수 있다.
물론 모든 아나모픽 렌즈가 똑같이 보이는 것은 아니다. 어떤 렌즈는 비교적 깨끗하고 정교하며, 어떤 렌즈는 주변부가 심하게 무너진다.
어떤 작품은 그 특성을 과격하게 밀어붙이고, 어떤 작품은 관객이 거의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얌전하게 사용한다.
반대로 구면 렌즈를 쓴다고 해서 언제나 정직하고 깨끗한 화면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구면 렌즈 중에도 빈티지한 왜곡, 낮은 콘트라스트, 특이한 플레어를 가진 렌즈는 많다.
그러니까 “아나모픽이면 흐리고, 구면이면 선명하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나눌 수는 없다.
다만 우리가 최신 영화에서 종종 마주치는 그 묘한 흐림,
주변부의 풀림, 빛망울의 타원형, 가로 플레어, 화면이 살짝 휘어지는 감각은
아나모픽 렌즈를 이해하면 꽤 많은 부분이 설명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좋은 화질과 쨍한 화질이 같은 말이 아니라는 점이다.
관객은 흔히 최신 포맷, 4K, 아이맥스, 돌비라는 말을 들으면 모든 것이 유리처럼 선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 이미지는 선명함만으로 아름다워지는 것이 아니다. 어떤 영화는 너무 선명하면 오히려 가짜처럼 보이고,
어떤 이야기는 약간 흐려지고 번지고 왜곡될 때 더 살아난다. 아나모픽 렌즈는 바로 그 지점에 있다.
기술적으로는 고해상도 이미지인데, 감각적으로는 조금 낡고, 불완전하고, 빛이 새는 이미지.
그러니까 4K 영화인데 안 쨍하다고 해서 무조건 화질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다.
그 흐림이 바로 제작진이 돈과 시간을 들여 고른 흐림일 수도 있다.

















그래서 제 해상도 누가 가져감?
지금은 다신 불가능한 이야기가 되었지만 토치기 니콘 쪽이 참 영화 역사와 깊은 관계가 있었지. ㅠㅠ
영화 촬영을 위한 빛과 영상 표현에 유리한 특수 렌즈를 주문 제작이 되는 메이저 급 기업 회사였으니.
특히 영화용 렌즈 초망원은 쓸 일이 극히 드물어서 다들 거부했었다는데 니콘이 뜬금없이 해줌. ㅋ
300mm F/2.0(T/2.2) 렌즈 같은게 라스트 보이 스카웃, 폭풍의 질주 촬영 등에 유익하게 쓰였었고.
문제는...토치기 니콘은 결국 공장도 닫고, 연구소 직원들도 100% 다 짤리고, 과거의 이야기지. ㅠㅠ
지금 있는 니콘이라는 회사는 20세기처럼 무식하거나 혁식적인 것은 시도 안 할 껍데기만. ㅠㅠ
영화의 세계는 배워도 배워도 배움이 끝이 없네
음 좋은 글이당
스트리밍이면 해상도는 4k지만 비트레이트가 낮게 나오는 경우가 있고
크로미움 기반 브라우저면 하드웨어 가속 옵션 코덱 문제로 흐리게 나올 수 있음
요즘 비트레이트 사기는 심하게 안치는 편이지만
하드웨어 가속으로 인한 화질떡락은 아직도 심한 편이니까 끄는거 추천함
즉 4K 화질 영상도 결국 누군가가 의도를 가지고 촬영하고 편집한 물건이니, 4k 영화여도 일반적인 인식의 쨍한 색감이 안나올 수도 있다는 거군요!
화면의 중간 부분은 선명 하지만 그 외의 부분은 점점 흐리게 만들어 감독의 선택에 따라 중간의 인물을 강조 하고 싶을 때 사용 할 수도 있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