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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마루.. | 07:00 | 추천 71 | 조회 1164

쿠팡의 편익이 만든 조용한 붕괴 +162 [4]

보배드림 원문링크 https://m.bobaedream.co.kr/board/bbs_view/best/930064

쿠팡의 성장 구조를 살펴보면 단순한 유통 혁신이 아니라 생활권 소비 흐름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집중시키는 독점적 구조에 가깝다. 과거에는 주민이 전통시장과 동네마트를 순환하며 여러 업종에서 물품을 구매하는 패턴이 일상적이었다. 이 과정에서 지역 상권은 자연스럽게 매출을 나누고 다양한 소상공인이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금은 소비 동선이 거의 단일 경로로 흡수되고 있다. 소비자는 이동의 번거로움이 사라지고 결제 과정이 단순해졌다는 이유로 쿠팡을 기본 선택지로 고정하게 된다. 편익이 누적되면 선택이 아니라 습관이 되고 습관은 구조를 형성한다. 이 구조가 바로 사실상의 독점이다.

 

문제는 유통 생태계가 한 방향으로 기울어가고 있는데도 많은 소상공인이 그 원인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즉석조리식품처럼 오프라인에서 현장성을 갖는 업종은 여전히 유지될 여지가 있지만 정육 제과 떡 일용품등 거의 모든업종의 판매처럼 단순 재화 판매 중심의 업종은 구조적 타격을 받는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경기 침체 손님 감소 소비심리 둔화 같은 익숙한 변수를 원인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는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러 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소비 경로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동선이 증발했는데 매출이 빠진 이유를 경기 요인으로 인식하면 해결책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 인지부조화가 더 큰 문제이다.

쿠팡 매출 40조원이 새롭게 하늘에서 뚝 떨어진게 아니다. 바로 각 지역상권 소상공인들의 매출을 흡수했기 때문이다.

 

쿠팡의 편익은 분명하고 소비자 선택의 자유에 기반한다. 따라서 이를 억제하는 접근은 현실성이 없다.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제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 상권이 사라지는 속도와 생태계 붕괴의 깊이를 고려하면 단순히 시대 변화로 받아들이기에는 위험한 수준에 도달했다. 플랫폼 한 곳으로 소비가 집중되고 잠기는 구조는 시장 경쟁을 축소시키고 지역 공동체의 경제적 기반을 약화시킨다. 전통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네마트 정육점 빵집 떡집 같은 생활권 업종 전체가 동시에 축소되는 현상은 사회적 균형 붕괴로 이어질것이다.

 

이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특정 기업을 억압하는 규제가 아니라 구조적 균형을 설계하는 제도적 장치다. 소비 흐름이 하나의 플랫폼으로만 이동하지 않도록 지역 기반 유통망의 디지털 전환을 돕고 공공형 물류 인프라를 보완하며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점검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중요한 지점은 쿠팡을 막는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가 플랫폼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구조로 전환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다.

 

쿠팡의 독점적 소비 집중 구조는 편익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자영업 생태계의 광범위한 수축이 존재한다. 더 큰 문제는 그 원인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소상공인의 인지부조화이며 이 인식의 결핍이 대응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지금 한국 유통시장이 직면한 문제는 경쟁 패배가 아니라 구조의 변화에 대한 인식 부족이라는 점에서 본질이 드러난다.

 

결국 지금의 상황은 특정 업종이 밀리는 단순한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 동선이 하나의 플랫폼으로 빨려 들어가며 지역경제의 모세혈관이 동시에 막혀가는 구조적 붕괴의 순간으로 볼수있다.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이라는 외피 아래에서 지역 기반 유통망은 저항 없이 사라지고 있고 소상공인은 자신이 왜 무너지는지도 모른 채 대응의 기회를 잃고 있다. 이 불균형을 방치하면 유통 생태계는 단일 축으로 고착되고 공동체의 자생력은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약화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화의 속도와 무게를 직시하고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는 새로운 균형점을 마련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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