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압 오버

공장 한가운데, 은빛 회로판 위에서 콘덴서가 깜박이며 깨어났다. 낮게 윙윙거리는 라인의 리듬이 오늘따라 묘하게 설렜다. 그는 옆자리에 앉은 다이오드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매끄럽고 도도한 곡선, 정격 75볼트라 적힌 표면이 신비롭게 빛났다.
“나… 조금 더 흘려도 될까?” 그의 전류가 미묘하게 떨렸다.
다이오드는 잠시 침묵했다.
“한계가 있어. 하지만… 네 온도를 느끼면 나도 조금은 흔들려.”
순간 콘덴서의 내부가 활화산처럼 끓어올랐다. 전압계가 경고음을 울렸지만, 이미 늦었다. 100볼트의 흥분이 뿜어져 나갔다. 순간 휘황한 섬광이 일었다.
그리고 고요.
카본 냄새가 남은 자리에서, 다이오드는 살짝 웃었다. “과전압이라니, 정말 위험한 타입이네.”
그날 이후, 회로는 조용하지 않았다. 미세한 전류의 떨림이 공기 중을 날마다 설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