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비가 내리던 어느 날, 이름 없는 한 사람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었다.
아니, 장례식이라 부르기에는 애매하다. 향도, 국화도 없이 영정 사진 하나만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주가 고인의 유언을 읊는다. 생전에 고인과 어떤 관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혈연은 아닌 상주가.
"경고합니다. 그만 떨어지십시오."
"이것이 고인의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생전에 남긴 재산이 부족하여, 간신히 영정 사진만 맞출 수 있었습니다. 조문객 여러분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미국 주식을 하다 전재산을 날렸기 때문이었다.
몇몇 조문객들이 방문하여 상주를 위로하고 조의금을 전달한다.
사실 조의금의 액수가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조문객들도 형편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영정 사진 비용 정도는 충당할 수 있겠지만.
장례식 자체보다도, 그 이후가 문제이다. 시신을 처리할 돈이 없기 때문이다.
상주는 한숨을 쉰다. 답이 안 보였기 때문이었다.
시간은 흐르고, 비는 계속 내린다.
그럼 무빈소를 했어야지 ㅂㅅ아!
화장하고 뿌리던가ㅅㅂ!
답답한 상주는 야음을 틈타 하수구에 그것(it)을 버린다.
쥐떼는 끝도없이 공급되는 고기에 다들 고양이만큼이나 배가 불렀다. 그리고는 외쳤다. "이대로 영원히!"
내 영혼에는 초원의 별이 흐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