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초반에 킬몽거가 트찰라를 비롯한 와칸다의 폐쇄정책을 비판하는 대표적인 논리 중 하나가 바로 '너희들은 이런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왜 그걸 탄압받는 흑인 동포들을 위해 쓰지 않았냐?'임
실제로 MCU 설정상 와칸다는 제국주의 열강이 아프리카를 침략하기 시작하자 바로 쇄국정책에 들어가서 나라의 진실을 철저하게 숨겼고, 21세기가 된 지금도 세계 최빈국이라는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했으니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이 식민지로 전락하고 내전이 터지는 상황 속에서도 전혀 돕지 않았을 것이라는 건 대충 짐작할 수 있음
사실 킬몽거는 빌런이긴 했어도 대영박물관 씬에서 보이듯이 서구권에 만연한 흑인 차별을 직접 겪었거나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걸 자주 보여주고 그러다보니 모든 흑인에 대한 동포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데
실제로 인터넷에서 소위 후드(Hood)라고 밈으로 대표되는 미국 흑인들 특유의 가족적 정서들도 바로 이걸 보여주는 단면임. 워낙 차별을 많이 받아왔다보니 같은 흑인들끼리 뭉쳐야 살 수 있고, 생판 모르는 남들을 끈끈하게 뭉치게 하는 최고의 방법은 동료애나 가족애를 강조하는 것이니
근데 사실 와칸다가 제국주의와 차별에 고통받던 흑인들을 무시한 게 배신이라 하기엔 좀 애매한데
와칸다 입장에선 좀 과격하게 말하자면 '걔네들이 우리 동포라고? 왜?' 라는 말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임
사실 '흑인'이라는 종족 하나로 묶여서 보는 경우가 많다보니 우리 눈엔 그렇게 보이는 거지 아프리카도 엄연히 같은 흑인이라도 수많은 민족과 부족의 개념이 존재하는 대륙이고
이것 때문에 싸움 나는 사례는 예나 지금이나 수없이 많았음. 애초에 그런 게 없었다면 유럽 애들이 국경선 멋대로 그엇다고 지금까지 내전 터지고 그러는 일은 없었겠지
미국 흑인들의 입장에서는 수백년 전 아프리카 곳곳에서 끌려온 선조들이 무수히 섞여서 어디 출신 흑인이네 뭐네 구분 짓는 것도 애매하고 200년 넘게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같은 흑인들과 살아오다 보니 흑인 = 동포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지만
같은 흑인이라도 서로 다른 수많은 부족과 나라들과 부둥켜서 살아온 아프리카 흑인의 정체성을 가진 와칸다 입장에서는 민족도 문화도 살아온 날도 다른 쟤네들을 우리가 뭐하러 동포랍시고 도와주고 구해줘야 하냐는 말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는 거
그래서 서양 관객들 중에서는 킬몽거가 와칸다를 보고 '너희는 같은 흑인들이 노예로 끌려가고 고통받는 걸 방치했다!' 라는 논리를
'너도 결국에는 '미국인'의 잣대로 '아프리카인'을 평가하는 거 아니냐?' 라며 비판하는 말도 있음
소재가 좀 오래되긴 했음.
한 90년대나 2000년대 초였으면 좀더 설득력 있지 않았을까 싶음.
그래서 미흡한 부분이 많은 작품이었지만 작품 자체는 생각보다 고평가 받음. 여러가지로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 걔네가 왜 "우리" 흑인인데?????
(대충 그게 왜 니돈이야? 짤)
근데 와칸다 서사 그 자체가
미국 내 인종차별 이슈 안에서의 흑인 계층의 '자신의 뿌리에 대한 판타지' 를 대변하는 측면도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그래서 결국 와칸다는 외부로 뻗어나가는건가
확실히 그렇네. 미국 흑인들의 생각대로라면
아프리카가 그렇게 갈라져서 싸우고 죽이는 일이 없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