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1. 투자자들이 알못이라 "정량적인 수치"로 경쟁작보다 높아야 오케이가 나서
2. 타겟 대상이 엉망진창인 상태로 기획이 시작되고 최종 단계까지 이대로 개발이 진행돼서
3. 그럴 시간이 없어서
회사마다 케바케고 다 동일하다고는 절대 말 못하는데
중견기업 하나 중소기업 둘에 내 개인 프로젝트 따로 꿍쳐서 돌리는 개발자로써 이야기하자면
저 세 가지가 보통 제일 문제임
1. 게임은 투자자가 정한다
뭔소리야 하겠는데, 우리나라에 게임 개발자가 사비 털어서 만드는 인디게임이나 그 계열 말고는
"투자를 받아서" 혹은 사장의 개인 쌈지돈으로 투자하듯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임.
개인 쌈짓돈으로 만드는 사장이 게임업계 잘알이면 게임이 중심을 잃고 좌초하는 일은 없는데
"투자를 받아서" 만들었던가 아니면 사장이 게임을 그닥 안 좋아하는 경우 문제가 커짐
이 스크린샷,혹은 영상확대버전 가지고
"와 이거 재밌을 여지가 있는데?" 하고 투자해주는 투자자면 다행인데
보통 그런 투자자는 많지가 않음
저 위의 두 개는 "두부 프로토타입", "나바큘라 드롭"이라는, 사내 개발자 개인개발작 / 대학교 학생 벤처기업 제작작품임.
근데 이거 플레이해보니 재밌어요 투자해주세요 해봤자 게임 안 하는 분은 그거 모른다고
뭔지 모르겠는게 돌아다니는데 그래픽도 구린거같고 난 게임 모르겠는데 왜 이걸 투자해야하지?가 됨.
그러다보니 어떤 게 요구되냐?
"이 게임이 경쟁작보다 숫자적으로 나은 점"을 요구함.
그리고 보통 이 단계에서 많은 것들이 어긋나기 시작함.
일단 폴리곤 수는 아무튼 많아야 함
그래서 경쟁작보다 우리 폴리곤 수가 1.5배 더 많아서 더 미려합니다! 같은 소리를 할 수 있음
결과물이 쓸데없는 폴리곤 갯수 늘이기든 아니든 그건 "중요하지 않음"
막 새로 나온 광원 기술, 그림자 기술 이런 건 일단 붙여놓고 굴러가면 어필 포인트가 돼.
그거 때문에 플레이에 지장이 간다고? 투자자(높은신 분) 보기에 좋으시면 그분은 더 신경쓰지 않으셔.
최종 결과물도 "그분"이 원하신 방법을 억지로라도 유지해야 해.
그리고 이 게임에 적은 아무튼 경쟁작보다 많아야 하고, 이펙트도 전작 대비 1.5배의 파티클이 투입 어쩌고 해야 하고,
되도않는 멀티플레이도 넣어두면 투자받기 좋고 어쩌고 하면서 계속해서 얼빠진 소리들이 늘어감
이게 본질적으로 재밌냐고? 아니지
근데 투자자 보기엔 번쩍번쩍거리는 뭐가 필요한 거라고.
아무 내용이 없고
실제로 이렇게 나올건지 몰라도
겉보기에 팔릴 것 같고 괜찮아 보이고 오오 하게만 하면 장땡이다
이런 마인드를 가진 분들이 게임업계에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되는 게 바로 이 "투자자가 겜알못" 부분인 거야.
사실 이게 2,3에도 이어짐.
2. 타겟이 엉망이다
이걸 누구 대상으로 팔건지, 어떤 유저층이 할거고 어떤 재미요소가 있고~
이거 제대로 돌아가는 게임 개발 현장이 사실 의외로 없어.
그러다보니 뭐가 문제냐? 일단 출시 플랫폼조차 제대로 안 정하고 개발되는 게임들이 많음.
그 과정에서 1의 요소가 겹치면 어떻게 될까?
마구잡이로 겉보기에 화려해지는 구성요소가 들어가고, 자꾸자꾸 겉보기 볼륨만 무식하게 부풀어오르고,
ui, ux는 무계획하게 번지다 보니 화면 가시성도 박살나고 매번 급하게 옮겨대다 보니 최적화를 위한 여러가지 기법들은 시도도 못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만든 프로토빌드는 어떤 게임기에서도 안 돌아가고 개발pc에서도 묘하게 버벅거리는 상태가 되는 거지.
그리고 이 상태에서 고화질의 홍보영상을 찍고 "정식버전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하고 화려함의 max를 찍은 걸 만든 뒤에야 깨닫는 거지
어 이거 우리 팔아야 하는데? 우리 거 사줄 사람의 플레이 기기 스펙이 어떻게 되더라....?
대표적인 케이스(....)
이러다 보니 "아무튼 돌아만 가면 장땡이지?" 수준의 권장사양, 무제한적인 사양 먹기, 박살난 최적화 등을 억지로 강요하는 경우가 있음
사실 모바일게임에서도 그래.
윗분들이 쓰는 최신폰 레퍼런스폰 기준으로 만들었더니
타겟 시장이 중국/인도/동남아다 이래버리면
"퀄리티를 유지한 채 중국/인도제 보급형 이하의 폰에서도 작동은 일단 되도록" 해야 하거든
그리고 이 모든게
3. 시간이 없다
최종 버전(자잘한 폴리싱을 제외하고)이 4월에 나왓는데, 영상은 4월에 찍고 출시가 7월이다 이런 경우 꽤 많음
6개월 여유가 있다? 대단한 회사일수도 있어
이유는 심플한데, 현대 게임 개발은 제작진이 절대 적을 수 없음
IGA~ 데레데레덴 하던 시절에는
개발팀 하나의 인원이 30명이면 진짜 많은 개발진이었음
지금은 AAA급이면 수백 명 단위로 움직이게 됨
그 사람들을 수 개월 간 월급을 그냥 공짜로 주게 둘까? 절대 아니겠지?
그 사람들을 갑자기 해고할 수도 없으니 결국 완성판 이후 작업은 철저한 속전속결 시간전이 돼.
그 상황에서 제대로 된 최적화를 하려면
1. QA 경력직을 불러서 모니터링을 한다
2. 엔진/시스템을 외부 걸 썼으면 해당 회사에 연락해서 최적화 관련 토의를 하고 작업을 한다
3. 전체 리소스를 철저히 관리해서 구조적 개선을 통한 최적화를 노린다
돈/돈/시간이 필요한 작업이 되는 거야.
근데 위에서 이야기했지? 1)높으신분들은 게임을 잘 모른다
"내가 보기에 게임 잘 돌아가는데 굳이 수천만원 들여서 이런 걸 해야할까?"
"그걸로 그정도로 매출 차이가 나?"
"니가 그 손해액 책임질 수 있어?"
"마케팅 진행할 건데 마케팅에서 당초 이야기한 발매일 못 맞춰서 생기는 손해 니가 감당 가능해?"
???: 나는 하는데
나바큘라 드롭은 포탈 시리즈가 됨.
재밌는 걸 만들고 싶은 제작자 vs 돈되는 걸 만들고 싶은 투자자 중에서 결국 방향은 투자자가 잡을 수 밖에 없다는 거겠지
이 말도 맞습니다. 제가 개발자의 시점에서의 최적화라면 작성자분은 어른들의 사정에서 적으셨네요. 저도 오랜기간 게임쪽에서 일했어서 구구절절이 공감이 갑니다
아이고 선배님
저도 배우고 일하면서 듣고 안 게 많은데
노답이네 싶더라도 "이렇게 될 수밖에 없지 않나" 싶은 구석도 많죠....
게임이 투자자 입장에선 영 좋은 게 아니다보니 참....
사람들이 잘 모르는게...게임업계에 게임싫어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는걸 잘 모르죠...슬픈 현실입니다.
이거 레알임. 나도 조금 더 있으면 30년차 되는 겜기획자인데, 본문 내용 다 맞음.
닌텐도 자사 프로젝트는 먼저 게임의 구성 짜임새를 붙이고 그 뒤에 컨샙이라던가 아트를 붙이는 방식이라고 들음
스플래툰은 게임의 구성을 만들어 봤는데 어울리는 ip가 없어서 신규 ip로 만들었다는 카더라를 듣기도 했고
외부 투자자나 상사의 허락부터 받아야 하는 경우와는 좀 차이가 있는거 같음
닌텐도는 대놓고 아웃라이어라 그 방법 따라가기가 힘들지
다른 업계들도 그렇고 결국 잘 알지도 못하면서 돈굴리는 사람들이 위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다가 소비자들 입장에서 이상한것들만 튀어나옴ㅋㅋ
이거 지식백과쪽에서 더 자세히 다룬거 있으니 관심있는 사람 봐보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