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omorrows라는 SF 소설에서는 우주로 진출한 인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그 내용이 암울함을 넘어 기괴함을 자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충 화성을 넘어 우주 너머까지 진출한 인간은 골격과 외형이 지구에 살던 시기보다는 변형되기는 했다만 전성기나 다름이 없는 안락을 누리고 있었고 이들의 영광은 확실해 보였다.
허나 인류는 쿠(Qu)라는 압도적인 과학력과 군사력을 가진 외계인과 조우하게 되었는데 문제는 얘네가 엄청난 광신도라는 것에 있었다.
자신에게 괴상한 사상을 강요하며 복종할 것을 요구하는 외계인에게 인류는 당연히 저항했지만 인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무력과 기술력을 가진 쿠에게 상대조차 되지 않았다.
그렇게 인류는 쿠와의 전쟁이 일어난지 몇백년도 안되는 시기에 몰락하였고, 원하든 원치 않든 쿠우에게 지배되었다.
그렇게 승리한 쿠 종족은 인류를 멸종시키는 것도 가능했지만, 이들은 인류를 죽이는 것조차 자비로운 행동이라 생각하면서 '변형'를 하여 온 우주의 다양한 행성에 뿌리는데...
이게 그야말로 마개조나 다름이 없는 꼴이라 대부분의 인류는 원래의 모습은 물론이거니와 지성조차 없어진 상태로 몰락했고, 수많은 인류의 후손들이 환경의 변화로 몰락하거나 멸종하는 고난을 겪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이들은 두 번씩이나 쿠의 맹공격을 버텨냈지만 세 번째 침략에 쓸려나간 행성의 인류들이었다.
쿠 종족은 이들을 죽이는 것조차 너무 가벼운 처벌이라고 여겨 눈만 달린 살덩어리 벽돌로 개조해버렸고, 그들은 문자 그대로 생지옥 속에서 살아가는 끔찍한 결말을 맞이했다.
그나마 쿠 종족을 피해 간신히 숨은 인류의 후손은 살아남아 문명을 유지하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그들의 모습은 이전과는 너무나도 달라진 상태였다.
더욱 비참한 것은 이렇게 끔찍하게 변해버린 인류의 모습조차 쿠에게는 한낱 오락과 같은 장난질에 불과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처음 왔을때 그러했듯이 인류를 가지고 노는 것에 질린 이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인류는 그렇게 사라지는 듯 싶었다.
그렇게 쿠 종족이 인간을 버리다시피 떠난 이후에 인류의 후손들은 많은 종족이 멸망했지만, 인류는 결코 멸종하지 않았다.
몇몇 인류들은 스스로의 진화를 통하여, 대다수는 옛 인류의 기술을 되찾아 발전하기 시작했다.
하물며 살덩어리의 벽돌 인간들조차 하나의 군집체가 되어 각자의 장기 역할을 대신하였으니 그것은 인류 진화의 경이로움이었다.
그러한 이들 중에서 인류가 키우던 파충류 가축이 지성 종족으로 진화하여 인류의 자리를 대신한 것은 꽤나 주목할 만한 일이었다.
쿠 종족의 개조로 인하여 지성이 없는 존재가 되버린 인류와 대조적으로 진화한 이들 종족은 문명을 꾸리고 오랜 시절 이전에 남겨진 유적들을 기술들을 연구하여 문명을 꾸몄고, 오랜 갈등 끝에 스스로를 인간의 후손으로 자각했다.
이후 인류의 후손들의 재회 당시에 이들 또한 인간으로 인정해야 하는지는 말이 많았지만, 수많은 세월 끝에 그들은 비록 인간이 아닐지라도 '인간의 정신과 의지'를 이어 받았기에 인류의 하나로 인정 받았다.
우주의 인간들은 이렇게 각자의 행성에서 발전하는 '동포'들을 발견했지만 그들은 그저 방관만 할 뿐 딱히 간섭하는 경우는 없었다.
허나 과학의 발전을 계속하여 결국 우주로 나간 인류의 후손들은 다시 조우하였고, 그렇게 인류 문명은 다시 한번 건립이 되는 듯 하였지만...
행성의 가혹한 환경을 견디지 못하여 육체를 기계로 개조하고, 결국에는 신체가 기계 그 자체가 되어버린 인류의 또 다른 종족은 자신들만이 인류의 진정한 후손이라고 주장하면서 다른 인류에게 전쟁을 선포하였다.
인류의 내전은 결국 기계로 변한 인간의 승리로 끝났고, 살아남은 인류는 그들의 도구나 애완동물로 다름이 없는 신세로 전락했다.
허나 육체를 기계로 바꾼다고 하여도 인간성은 결코 사라지는 것이 아니였다. 대부분의 기계 인류는 다른 인류를 노예처럼 취급했지만, 기계 인류와 살덩이 인류 사이에 사랑이 피어나기도 했으며 그것은 그들의 사회를 천천히 바꿔 나갔다.
이 때문에 기계 인류의 제국은 오랜 기간의 내전을 거치며 국력을 소모했고, 서서히 몰락해갔다. 허나 기계 인류는 스스로를 멸망시키느니 차라리 다른 방법을 택하기로 결정했고, 우주의 인류에게 전쟁을 선포하였다.
그렇게 일어난 전쟁은 수백만년을 끌었고 수많은 피해가 일어났지만, 결국 기계 인류의 터무니 없는 야망은 한낱 망상으로 종결되었다.
그렇게 승리한 우주의 인류는 더 이상 다른 인류를, 그리고 인류의 통합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주의 인류는 행성들에 생명의 씨앗을 뿌리고 문명의 발생을 통제하며 신인류들을 합류시키면서 '포스트휴먼'의 시대를 시작하였다.
그렇게 통합한 인류에게 더 이상 모습이나 종족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기계 인류는 과거사로 인하여 처음에는 차별을 받았지만, 그조차도 시간의 흐름 앞에서 무의미해졌다.
그렇게 외계인이 잔혹하게 찢어 놓은 인류의 문명은 영겁에 가까운 세월 끝에 다시 한번 하나가 되었다.
그것은 몰락하기 이전에 세웠던 인간의 문명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모습이였다.
허나 여전히 그들은 인류(Humanity)였으며, 이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인하고 위대한 것이었다.
인류가 역사상 가장 정점에 오른 순간이 다른 인류를 진정으로 이해한 시점이라는 것은 아름다운 아이러니였다.
그렇게 인류는 은하 저 너머로 진출하여 다른 외계인 종족과 합류하거나 정복하면서 다시 한번 문명을 꽃피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마침내 자신들을 이렇게 만들었던 쿠 종족과 다시 한번 접촉하게 되었고....
쿠 종족과 문명을 우주 모든 공간에서 지워버리면서 수억년간 묵은, 허나 조금도 잊지 않아왔던 복수를 끝냈다.
그렇게 다양한 이들과 함께한 인류는 우주의 지배자가 되었고, 마침내 그리워했던 지구로 돌아왔다.
그렇게 인간이 승리자가 되어 진정한 고향으로 귀환하는데 걸린 세월은 5억 6천만년이었다.
단지 그뿐이었다.
그리고 알고보니 쿠 종족 역시 인류와 똑같은 길을 걸어왔던 종족이었고... 우주의 역사는 반복되었다
떽. 그렇게 쳐때렸으면 비인간이랍니다.
5억 6천만년 후의 지구는 생명체 자체가 사라져버린 행성이 되었을텐데 말이지..
MH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