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시간끌기의 대명사로 불리는 드래곤볼 Z
그 중에서도 프리저와 쌈박질하는 것만으로 단행본 3권을 채웠던 이 시기는
30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도 토에이 애니 사상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회자된다.
시청률이 떨어져선 안 된단 이유로 휴방을 금지하고
극장판 만든다고 모자란 인력을 더 빼간 열악한 상황에서
가뜩이나 적은 분량을 실시간으로 애니화하기 위해
제작진들은 매주 눈물의 똥꼬쇼를 해야 했는데
이번 주 원고는 어떤가?!
이번 주도 액션씬이 7할, 대사씬이 3할입니다!
어떻게든 이걸 두 화로 늘려야 합니다!
일났군. 애니 호소라도 하려면 적어도 10분은 방영해야 하는데...
(이 때부터 드볼 애니는 매화 10분 가량을 끄는 걸 전제로 만들었다.)
원작의 액션씬만으론 길어야 2~3분이 한계야.
우리가 자체적으로 추가해도 5분이 남는데 이건 어디서 끌어오지? 다들 아이디어 좀 내봐!
늘 그렇듯 치치 히스테릭이랑 부르마 땡깡으로 분량 채우죠!
적당히 예전 컷 짜집기해서 회상씬으로 때우죠!
베지터 다시 살아났던대 얘도 써먹죠.
(추가로 말하자면 결국 나머지 두 안도 다 채택했다.)
분량이 없으니 우리가 자체적으로 만드는 수 밖에.
우선 상황을 정리해보자.
나메크성은 멸망하기 직전이고 오공과 프리저를 제외한 모두 드래곤볼의 힘으로 지구로 간 상황이지.
여기서 베지터라면 어떨까...
숙적 둘이 모두 죽을 위기니까 분명 기분이 째질 거야!
얘들이 죽으면 본인이 우주 최강이 될 테니까!
그리고 신난다고 자랑질을 하겠지!
그 모습을 본 오반이는 화가 나서 베지터와 싸울 거고!
좋아! 이거면 한 화 가까이 뽑아낼 수 있겠어!
이걸로 가자!
몇 주 후
어 감독님
베지터가 오공이 살리도록 조언해주는대요?
(당시엔 오공이 죽은 걸로 묘사됐다.)
바로 전주에 베지터가 오반이한테 패드립 날리면서 뚜까패고
기분 잡쳤다며 날아가는 씬으로 마무리 지었는데?
에라 ㅅㅂ 모르겠다.
우리가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냐. 걍 그려.
그렇게 바로 전주까지 네 애비 미국 갔다고 패드립하던 베지터는 바로 살려줄 방법을 제시해주고
오반이는 방금전까지 잔뜩 구타당해놓고 '정말 고마워요' 인사를 하는 이상한 모양세가 됐다.
여러모로 실시간 애니화는 사람이 할 짓이 못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화였다.
댓글(1)
반성하고 있다 오반! 제발 살려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