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드라마로 공개된 퍼시 잭슨과 올림포스의 신들.
팬들의 증오를 한몸에 받는 영화의 악몽을 떨쳐내는지 기대하며 봤는데...
이 드라마 원작하고 전개가 아주 많이 다르다. 설정부터 인물, 스토리에 결말까지 죄다.
각색의 수준만 놓고 보면 영화판하고 비슷한 정도.
그런데 팬들의 평가는 영화판과 비교해서 훨씬 더 좋다.
액션이 좀 후달리는 걸 제외하면 그냥 단독 드라마로도 손색이 없다.
왜 그러냐면 각색을 하되 원작을 존중해서 그렇다.
예를 들어 원작보다 무려 2권이나 앞당겨져 등장한 헤파이스토스.
원래는 없던 장면이지만,
헤파이스토스와 아나베스와의 대화에서 나오는 명예욕에 대한 비판은,
원작의 핵심 주제인 포용과 이해, 겸손과 맞닿아 있다.
비슷하게 원작과 달리 흑인이 된 아나베스의 경우엔,
원작부터 '금발은 멍청하다' 는 외모에 대한 편견을 깨는 인물이었던 사례.
거기다 달라진 건 외모와 행적뿐이고 성격은 '똘똘한 외강내유 새침때기" 그대로다.
뭐 금발 아나베스를 앞으로 볼 일이 없다는 건 못내 아쉽지만...
간단히 말해서 원작의 전개는 비틀되 의도와 주제는 비틀지 않았다는 것.
그러니까 영화의 잘못된 각색이 이 느낌이라면,
드라마판의 각색은 이 느낌이란 거.
이런 각색의 예로는 해리포터 영화 시리즈가 있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원작의 주요 장면들까지 뭉텅뭉텅 잘려나가고,
론이나 시리우스처럼 캐릭터성이 바뀐 인물도 있지만,
사랑의 위대함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함이란 주제만은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각색한다.
비슷한 걸로는 이게 있다.
"어...뭔가 다른데 우리가 읽은 그 작품 느낌은 나는데...?" 라는 거지.
댓글(8)
원피스 실사드라마는 진짜 똥 미만의 무언가가 나올줄알았는데 생각보다 재밌고 볼만해서 놀랐음 ㅋㅋㅋ
영화판의 교훈
그래서 왜 흑인 만들었대?
내가 하라고 했는데 꼽? ㅋㅋ
(원작자)
그러게 말야
주역 3인방인 그로버를 감히 영화판에서 블랙워싱시키다니!
퍼시잭슨 드라마의 각색은 '원작의 신화적 요소를 재해석' 하는 측면에 맞춰져 있지만
오히려 그 재해석으로 제작진이 원작의 미디어로서의 깊이를 더하려 노력한 측면이 보이지.
퀄리티와 별개로 각본과 대사에 공들인 부분들이 잘 보여서 즐겁게 봤던듯
에키드나가 '그리스 신화란게 다 괴물들 가족싸움 아니냐' 찔러대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