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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리웹-1.. | 24/11/21 22:05 | 추천 37 | 조회 82

[유머] 여자인데 페미를 하지 않는 이유 +84 [17]

루리웹 원문링크 https://m.ruliweb.com/best/board/300143/read/68505113

안녕 

눈에 띄게 되는 게 싫어서 닉은 안 박고 루리웹만 4~5년 이상 들락날락한 30대 중반 아줌마야


출석일수가 짧은 건 아이디를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래.


로그인이 되어있으면 괜히 댓글로 말 한마디 더 얹고 싶어지고 그러다 싸움이 나면 피곤해지니까...


그래서 비로그인으로 유머글만 보면서 오랫동안 버티다가, 직업과 관련된 글이 올라왔는데 잘못된 정보가 퍼지고 있어서 으윽;;이건;;;도저히 넘어갈수없어;;;하고 한마디 하려고 아이디 만들었었어. 


그 이후로는 그냥저냥 소소하게 추천만 누르면서 즐기고 있어.


이게 첫 글이네





이런 글을 올리는 이유는


요즘은 아무래도 여러가지 머리아픈 성별갈등 이슈가 많이 보이잖아


또 한쪽 성별만 있는 곳에서 오래 있다보면 무작정 그런 사상의 유무 불문 모든 이성이 다 싫어지게 되어버리곤 하고


'2~30대 모든 여자는 페미 사상이 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좀 있는 것 같고 해서

억울해서(?) 한마디 하고 싶어서ㅋㅋㅋ 


사실 내 주변 여자들은 그런 사상에 대해 정말 피곤해 하거든. 근데 '나는 페미를 싫어한다'고 입밖으로 내는 게 더 후폭풍이 세.


가만히 있으면 공격받지 않으니까 그냥 입다물고 있는 사람이 많은 편이야.


여자로 태어나서 가장 좋은 점이 뭐냐고 요즘 물으면, 


이상한 여자애들한테 공격받지 않을 수 있다는 거라고 생각할 정도임


마스크 쓰고 패딩 입고 처음 보는 장소에 들어가도 날 수상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겠군.... 싶은 마음편함?


반대급부로 남자들이 얼마나 힘들지도 생각하게 됨ㅜㅋㅋ






>>> 왜 여자가 루리웹을 하나요?


난 덕질한 지 20년은 넘었어. 


집에 만화책은 소년 순정 BL 가리지 않고 네자릿수 이상 있어. 


집엔 굿즈존도 있어서 아크릴 스탠드만 백여개 쌓아놓은 탑이 있고(남캐 1명이 메인이지만 그 외 모든 최애는 여캐야)


게임 쪽으론 어릴 때 게임피아 같은 것도 사봤었고, 뉴타입도 봤었고 

초등학교 때부터 미연시 공략 카페같은 걸 운영하는 시삽이었고 그냥 엄청 미연시를 좋아했어(초연이라고 아니ㅎㅎ;;)


그외에도 여러가지 PC게임을 하면서 살았고...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취미 분야를 다루는 커뮤니까 하게 된 거야



비슷한 걸 다루는 더쿠 같은 여초커뮤가 아니라 루리웹을 하는 이유는


일단 내가 여자들 특유의.... 기싸움이나 비꼬기 이런 화법을 너무 싫어해서....ㅎㅎ



여긴 성적인 글도 많이 올라오고 하긴 하는데 솔직히 그건 나이 찬 남자들이 모이면 다 떠들 수 있는 화제라고 생각하고.


선 넘는 글이 올라오면, 비록 그게 베댓까지는 안되더라도


'또 선 넘는 놈 나오네' '이렇게 말하면 똑같아지잖아' 같은 대댓이 달리면서 자성의 목소리가 눈에 띄기 때문이야


점수 따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ㅋㅋㅋ 진짜 아무리 뇌절하는 댓글이 있어도 그걸 혼내는 사람이 있으면, 


일부 이상한 애들의 개소리 같은 건 넘겨버릴 수 있거든


그래서 가장 하기 편한 커뮤인 것 같아







>>> 페미를 안 하는 이유는?



단순하게 말해서, 난 살면서 좋은 남자들을 많이 만나왔기 때문임ㅎㅎ


페미가 주장하는 모든 남자는 예비범죄자라는 둥의 남혐이 이해가 전혀 안 갈 정도로


성별이 남자인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왔어


그래서 내 소중한 사람들이 속한 남자라는 성별 카테고리 전체를 까내리는 사상에 찬성할 수 없다는 거




나는 그 성별혐오가 너무 싫어서 페미를 싫어하거든


근데 페미가 싫다고 말하면


"페미니즘은 여성의 권리를 되찾는 거지 남성 혐오가 아님;; 뭘 잘못 알고 있네'


하면서 자기들이 추앙하는 그 엄청나게 고귀하고 중요한 사상인 페미니즘 자체를 욕보이는 나쁜 인간으로 몰아간단 말이지?



그래서 "아니... 내가 말하는 건 요즘 트위터 등지에서 퍼지는 남자는 무작정 욕하고, 결혼한 여자나 임산부는 남자에 빌붙는 인간이라고 비하하는 애들이 말하는 페미니즘인데"


라고 말하면 


"그건 페미가 아니라고!!"


라고 말하면서 페미가 공격받을 때만 '고귀한 여성존중, 권리 찾기 운동'임을 내세우고 있어서 권리 폄훼하는 인간으로 몰아가서 말이 안 통함


성별혐오를 내세우면서 공격하는 애들도 자기가 페미니스트라고 내걸고 하는데, 대체 그 고귀한 페미랑 성별혐오 페미랑 어떻게 구분하냐고


결국 다 똑같아 보이는데


자정 작용을 해서 좋은 사회운동으로 보이게 할 생각도 없으면서, 자기들이 생각하는 '정의'를 위해서 너무 험한 행동들을 많이 하는 게 싫어








사실 나는 고등학생 때까지는(2000년대 중반) 꽤나 여성의 권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나는 페미니스트야~ 이런 생각도 했었어


엄마가 남동생보다 나한테 설거지를 많이 시킨다든지,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면 안 된다든지 하는 말들도 들었었고


아들을 나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집이긴 했거든


그래서 그런 차별적인 부분들? 에 대해서 인지하면서 여자의 권리가 좀 더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음



근데 성인이 되어서 남자 지인들이 많이 생겼더니 시각이 좀 바뀌었어


MT에 가면 무거운 짐은 전부 남자가 들고, 고기는 남자가 굽고 하는 것들?


이런 소소한 일상의 문제부터 


같이 즐겁게 대학생활을 하다가 청춘을 잠시 반납하고 군대로 가버려야 하는 동기들, 후배들....


남자들도 살면서 손해를 많이 보는구나 하는 게 눈에 보인거야



물론 여자가 차별받고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도 성인이 돼서 더 실감한 부분도 많아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정말 많다고 생각했고, 여자가 의외로 남자에 비해선 개꿀임? 같은 생각으로 바뀐 건 아니었어



그러니까 결론은 여자가 힘든 부분도 있는데, 생각보다 사회가 남자한테 희생도 많이 강요하고 있었다는 게 보인거야


여자는 좀 제도적, 인식적인 부분에서 많이 손해를 보고 있고


남자는 남자가 말이야! 사나이로 태어나서! 남잔데 이것도 못해? 같은, 사회적인 분위기? 라든지 그런 면들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거


그래서 너희도 힘들었구나... 하면서 안쓰러움을 많이 느꼈어




내가 신기했던 건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대로 자기 권리를 위해 움직이면 되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대학에 왔더니 선배들이 과 내에 '여(如-같을 여)성부'라는 걸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더라고 (00년대 후반임!)


페미니즘 이런 게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을 때야


근데 남자선배와 여자선배 숫자가 다르지도 않았을 뿐더러, 남자선배들도 주도해서 세미나를 열어서


여성에 대한 성차별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활동을 하고 계시더라구



남자 여자 갈등 하나도 없이, 다 진지하게 사회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이야기하던 그때가 정말 추억이야


진짜 페미니즘 운동 같은 건 이렇게 다른 성별도 다 섞여서 논의해 나가야 되는 거라고 생각함







아무튼, 동덕여대 사건을 보면서 느낀 건 정말로,


여대는 없어져야 한다는 것




왜냐면, 얘네가 정말 '남자'와 안 엮여봤기 때문에 이 사달이 난 거라고 생각해


사회에서 남녀가 한데 모여 섞여서 지내보면, 


그냥 사람으로 대하게 되지, 성별로 갈라서 보게 되지 않잖아


난 대학에 가서 남자들과 잘 지내면서 이성으로서가 아닌, 사람으로서 너무 좋은 남자분들을 많이 만났고


그런 경험이 쌓여서 남자라는 성별 자체를 싫어할 수 없게 되었어.


이상한 남자를 만나도, 그건 이상한 사람이지 남자라서 이상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거야


근데 얘네는 성인이 된 이후 남자와 사회활동을 해본 적이 없는 애들이라, 인터넷이나 SNS에서 접한 혐오에 그대로 노출되어서


제대로 경험해보지도 않은 채 이성을 혐오하고 있는 거잖아




실제로 가정폭력이나 성범죄의 대상이 되어 남자를 두려워하게 되었다고 한다면,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고


그런 일을 당한 지인이 나의 옆에 있다면 두려움이 확산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근데 저 시위에 참가한 모두가 그런 경험을 했을까?


가스라이팅, 주변 모두가 하니까, 인터넷에서 보이는 남성에 의한 범죄, 거짓의 확대 재생산...


그런 데에만 노출되면, 대학까지 나온 24세 성인이 되어서도 남자가 무섭고 남자가 싫을 수밖에 없지.



근데 사회는 서로 다른 성별이 한데 모여 살아가는 곳이지 언제까지고 자기 성별끼리만 모여 살 수 있는 곳은 아니잖아


그걸 대학에서 경험하고 나와야 하는데, 지금 꼬라지를 보면 여대에서는 그냥 혐오만 배우고 졸업하는 곳이 되어버린다고 생각해




그래서 아무것도 모른 채로 이성에 두려움만 가지고 있는 그 애들이 정말 안타깝고 불쌍하다고 생각해.


공학이 되면 성범죄가 일어난다니........ 아니 세상 모든 공학을 나온 여자들이 다 범죄를 당하고 졸업하는 건 아니잖아


공학 나온 여자로서 즐겁게 다니기만 했는데 무슨 성범죄 소굴 졸업한 인간처럼 취급해서 기분이 나쁨



공학이 무서우면 그냥 남자가 존재하는 모든 곳에서 살 수 없어


남녀공회사도 다니면 안되지. 그냥 사회생활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어


어디 섬 하나 사서 여자들만의 왕국을 만드는 거 외에는 답이 없지 않나 싶은데







아무튼 세상엔 정말 그런 이상한 애들과 엮이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고


남자가 모두 성범죄자가 아니듯이, 여자도 모두 페미에 남자가 떠받들어주는 연애만 하길 바라는 사람은 아님




남초 커뮤를 하면서 여러분도 여러가지 성별혐오 논리에 노출이 될 텐데


스스로 그런 생각을 경계하면서, 밖에서 만나는 일반 여성들에게까지 무의식중에 그런 인식과 태도를 보이지 말길 바람


커뮤 밖에도 사람 많다는 걸 꼭 기억해야겠지



보드게임이 취미인데, 루리웹뿐 아니라 요즘 이쪽까지 피곤해져서 정말 힘듦


임신중이라 태교에 너무 안 좋아




혹시 불쾌한 내용이 있었더라도 우리 아가가 보니까 한번 필터링해서 댓글달아줘(베이비 실드)


그럼 다들 혐오를 한꺼풀 벗어던지는 하루가 되길 바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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