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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은간.. | 16/10/03 23:38 | 추천 50 | 조회 3414

[단편] 인간에게 최고의 복수란 무엇인가? +720 [19]

오늘의유머 원문링크 https://m.todayhumor.co.kr/view.php?table=bestofbest&no=271762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복수가 무엇이 있을까?

금이야 옥이야 키워 온 사랑하는 딸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죽어버렸어. 자네들이라면 그 운전자 놈에게 어떤 복수를 할까?
자네들이 방법만 알려준다면, 난 모든 준비가 되어 있어.

평생 친구도 변절하게 만들 수 있을 만한, 어마어마한 돈도 가지고 있어.
시내 한복판에서 사람을 죽여도 무마할 수 있을 만한, 권력도 가지고 있어.
내 말이라면, 눈 하나 깜짝 않고 사람을 믹서기에 갈아버릴 수 있는 심복들도 있어.

난 정말이지, 복수를 위한 모든 준비가 되어 있어.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가 무엇일까? 인간에게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복수가 뭘까?
그걸 이제부터 자네들이 알려줘야겠어. 만약 만족스러운 복수 방법을 내게 알려준다면, 자네들을 풀어주도록 하지.

왜 하필 자네들이냐고? 자네들이 '그놈'의 가장 가까운 지인들이니까. 그러니까 자네들이, 내가 어떻게 복수를 해야 할지 알려줘야지.


자네들도 알다시피, 그놈은 이미 죽어버렸으니까 말이야.

.
.
.


강철 문이 밖에서부터 잠긴 하얀 방. 3명의 남녀가 심각한 얼굴로 탁자에 모여앉아 있었다.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죽은, '공진열'의 지인들이었다.

그의 친구 '김남우'.
그의 아내 '홍혜화'.
그의 동생 '공치열'.

이미 그들은 보름째 이 감옥에 갇혀있었다. 그들에게 지급된 음식은 최소한의 식빵과 물 뿐이어서, 그들은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많이 지쳐 있었다. 심지어 어제부터는 식빵과 물까지 지급되지 않았다.
결국, 그들이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 산 사람은 삽시다. "

모두가 동의했다. 하지만 어떻게?
그의 딸을 죽인 공진열도, 그때의 사고로 병원에서 혼수상태로 버티다 죽어버렸다. 이미 죽어버린 사람에게 어떻게 복수를 한단 말인가?
산 사람에 대한 복수라면, 영화든 소설이든 수많은 방법을 봐서 알고 있었다. 한데, 죽은 사람에 대한 복수는 감도 오지 않았다.

세 사람은 한동안 골머리를 앓았다. 공치열이 답답한 얼굴로 머리를 긁으며,

" 미친 새끼! 이미 죽은 사람한테 무슨 복수야?! 죽었으면 된 거 아냐?! "

마찬가지로 답답해 하던 김남우가 한숨을 푹 쉬며, 홍혜화에게 물었다.

" 제수씨. 진열이 시체는 혹시...? "
" 모르겠어요. 남편이 병원에서 사망하고, 곧바로 여기에 잡혀들어온 거라... "
" 우리를 모두를 이렇게 납치해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진열이의 시체 정도야... 그럼 결국, "

말을 멈추고, 잠깐 꺼리던 김남우가 미간을 좁히며 말을 이었다.

" 복수 방법이라는 게, 진열이의 시체를 훼손하는 방법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
" ... "

두 사람은 침묵으로 긍정했다. 김남우는 고개를 작게 끄덕거리며, 불편한 총대를 메기로 했다.
그들이 앉은 탁자 중앙에는 스탠드형 마이크가 놓여 있었고, 그 마이크의 쓰임새는 뻔했다.
김남우가 마이크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고 말했다.

" 공진열의 시체를 훼손하십시오. 그것만이 복수의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

잠깐의 시간 뒤, 방 안의 스피커에서 '치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시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훼손해야 하지? ]

세 사람은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왕 내친걸음, 김남우가 불편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 목을 잘라버리십시오. "

[ 너무 평범하군. ]

김남우는 인상을 쓰고, '음 음' 주저하다가 말했다.

" 사지를 모두... 잘라버리십시오. "

[ 그것이 정육점 고기를 써는 것과 무엇이 다르지? 좋은 복수가 아니야. ]

심드렁한 대답이 돌아온 순간, 공치열이 '울컥!'하며 마이크에다 소리쳤다.

" 옘병! 그럼 시체를 정육점 고기처럼 잘게 썰어서 개 밥으로 주던가!! "

공치열의 과격한 발언에 둘의 눈이 조금 커졌다. 그래도 친형인데, 그 시체를 개밥으로 줘버리라니? 놀라긴 했지만, 둘은 아무 말도 않했다.
한데,

[ 전혀. 만족스럽지 않아. 그놈의 시체를 요리해서 자네들에게 먹인다고 해도, 내 복수심이 사그라들 것 같지가 않군. 더 좋은 복수방법을 생각해봐. 그래야만 자네들이 풀려날 수 있을 테니까. ]

그가 만족하지 못하자, 홍혜화도 머뭇거리다 의견을 제시했다.

" 남편의 시체를... '박제'하세요. 박제해서 곁에 전시해놓고, 화가 날 때마다 욕을 하고, 침을 뱉고, 따귀를 때리세요. 오랜 시간을 그렇게 괴롭히다 보면 분노가 조금은 사그라지지 않겠어요? "

김남우와 공치열의 얼굴이 놀라 돌아갔다. 아내의 입에서 나올 의견이라기엔, 너무나 살벌했다. 둘은 놀랐지만, 얼른 시선을 거뒀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본인들이 탈출하는 것이었다.

[ 흥미롭군. 생각도 못 해봤던 아이디어야. 하지만, 만족스럽진 않아. ]

그의 대답에, 순간적으로 공치열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 옘병!! 차라리 그럼, 형이 혼수상태일 때 직접 와서 쳐 죽였어야지! 이미 죽은 사람한테, 시체 말고 뭘 어떻게 복수를 하라고?! "

[ 그걸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자네들에게 묻고 있는 것 아닌가? 진정한 복수가 무엇인지 한번 잘 생각해봐. 상대방의 신체를 괴롭히는 것은 복수 중에서도 가장 '하급'이야. ]

그는 그 말을 끝으로 스피커를 꺼버린 듯 '치직-' 소리가 났다.
공치열은 욕설을 내뱉었고, 김남우와 홍혜화는 심각한 얼굴이 되어 인상을 썼다. 공치열이 악을 쓰듯 마이크에다 소리쳤다.

" 옘병! 배고파 죽겠다고!! 빵이라도 달라고-!! "

돌아오는 답이 없는 공허한 외침이었다. 결국, 셋은 다시 생각해야 했다. 이미 죽어버린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를 생각해야 했다.
하루가 더 지났다. 셋은 3일째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었다.
마이크에 대고 욕을 하고, 애원하고, 나름대로 생각해본 복수 방법을 털어놓아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다음날 밤. 셋이 모두 잠들었을 때, 공치열이 일어나 마이크로 향했다. '힐끔' 홍혜화를 쳐다본 공치열이 조용히 마이크에 말했다.

" 죽은 형에 대한 최고의 복수는... 형이 가장 사랑했던 아내를, 당신이 강간하는 겁니다... "

공치열은 본인의 목소리가 정확히 전달됐을까, 가만히 서서 반응을 보려다가, 홍혜화를 힐끔 보고는 찔리는 얼굴로 얼른 본인의 자리로 향했다.
한데,

'치직-'
[ 그놈의 아내를 강간한다? ]

" ! "

공치열은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깜짝 놀라 굳어버렸다! 곧, 그 소리에 깨어난 홍혜화와 김남우가 마이크 쪽의 공치열을 돌아보았다.

[ 그놈이 가장 사랑했던 아내를 강간하는 것이라... 조금은 진정한 복수의 본질에 다가갔군. ]

홍혜화의 얼굴이 마구 일그러졌다!

" 너...! 공치열 너...!! "

공치열은 '아이 씨', 아랫입술을 깨물다 변명하듯 목소리를 높였다.

" 어, 어쩔 수 없잖아! 일단은 여기서 탈출해야 할 것 아냐! 살고 봐야지!! "

홍혜화가 부들부들 떨며, 무서운 눈으로 공치열을 노려보았다. 공치열은 그냥 고개를 돌려버렸다.
표독스러워진 얼굴의 홍혜화가, 마이크 쪽으로 걸어왔다. 곧 마이크에 대고,

" 저도 복수 방법 하나가 떠오르네요. 남편은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어요. 평생 혼자 몸으로 고생한 어머니를 몹시 존경하고 사랑했죠. 그런 어머니가 죽어버린다면, 남편에게 그보다 더한 복수가 있을까요? "

공치열이 눈을 부릅떴다!

" 뭐, 뭐?! 이 미친?! 지금 무슨 소리를-! "
" 살고 봐야지?! 일단 여기서 탈출해야 할 것 아냐?! "
" 이익...!! "

공치열과 홍혜화가 무서운 눈으로 대립했다. 곧 스피커에서,

[ 만족스럽지 않아. 그것이 정말 최고의 복수일까? 복수란 건,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야. 갓난아기를 괴롭게 하려면, 물고 있는 젖병을 빼앗으면 되겠지. 하지만 다 자란 하나의 '인간'에게 하는 복수란 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아. 상대의 주변인들을 괴롭히는 건, 복수 중에서도 '중급'이야. ]

공치열과 홍혜화는 그 대답에 이를 갈았지만, 여전히 시선은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때, 김남우가 마이크 쪽으로 나섰다.

" 인간에게 있어 최고의 괴로움은, 잊혀지는 것 아닙니까? "

[ 자세히. ]

마이크 너머의 그가 흥미를 느낀 듯했다. 김남우가 두 사람을 제치고 전면에 서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 진열이가 살았던 흔적을 모두 지워버리십시오. 모든 사진을 지워버리고, 학창시절의 기록을 지워버리고, 주민등록을 지워버리고, 인터넷에 남겨진 모든 흔적을 지워버리죠. 공진열을 기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도록. 마치 이 세상에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인간 공진열이 남긴 모든 흔적을 지워버리십시오. 그게 최고의 복수입니다. "

[ 흠... ]

생각하는 듯한 그의 침묵에, 세 사람은 몸이 달았다. 어쩌면? 하는 생각을 했다. 한데,

[ 맞아. 존재가 잊혀지는 것. 그것만큼 괴로운 것도 없지. 복수 중에서도 '상급'의 복수야. 한데 그렇게 하려면, 공진열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모두 죽여버려야 할텐데? 너희들마저 말이야. ]

" 음...! "
" 뭐, 뭐얏?! 무슨 개소릴-! "

셋은 당황했지만, 다행스럽게도,

[ 괜찮은 방법이지만, 그것이 최고는 아닌 것 같아. 내가 원하는 건 최고의 복수야. 하나의 인간에게 가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 좀 더 잘 생각해봐. 생각해내지 못한다면, 자네들은 그곳에서 굶어 죽는 수밖에 없을 테니. ]

" 옘병! "
" 으음... "
" ... "

세 사람은 다시금 인상을 썼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그들은, 저마다 편한 바닥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도대체 그가 원하는 최고의 복수란 무엇일까?
김남우가 마지막에 말했던 복수방법에 힌트가 있을 것 같았지만, 쉽사리 떠오르질 않았다.
공치열은 배고픔에 지쳐가는 몸뚱어리를 붙잡고, 욕설을 내뱉었다.

" 옘병! 형은 죽어서까지 도움이 안 돼! 평생 한 번도 도움이 안 되는 인간이야!! "

홍혜화도 인상을 쓰며 중얼거렸다.

" 그렇게 내가 음주운전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귓등으로도 안 듣더니,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죽으려면 곱게 혼자 처 죽을 것이지! 사람은 왜 치고 지랄이야! "

이곳에 갇혀버린 이후, 그들은 쭉 원망했다. 그 대상이 본인들을 가둔 사람에게서, 공진열에게로 옮겨간 지는 오래였다.
둘과는 달리 묵묵히 생각에 잠겨있던 김남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마이크 앞으로 다가섰다. 공치열과 홍혜화의 얼굴이 얼른 김남우에게로 향했다.

" 사람에게 있어 잊혀지는 것보다 더 큰 괴로움은, 부정당하는 것입니다. "

[ 계속해. ]

공치열과 홍혜화가 벌떡 일어나 김남우 주변으로 다가왔다!

" 공진열을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이, 공진열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겁니다. "

[ 구체적으로? ]
" 너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너를 좋아하지 않았다, 너를 사랑하지 않았다, 너의 인생은 하찮았다, 네 꿈 같은건 이루어질 리 없었다, 너는 직장에서 도움이 안 되는 인간이었다, 너는 낳지 말아야 할 아들이었다, 너는 태어난 것 자체가 민폐였다, 네가 불행해지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세상에 너를 좋아할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너를-. . . "

김남우의 무덤덤한 말들이 이어질수록, 스피커는 조용해졌다. 듣고 있는 홍혜화와 공치열의 얼굴도 점점 굳어갔다.
스피커의 그는 곧, 기쁜 목소리로 김남우의 말을 중단시키며 평가를 내렸다!

[ 맞구나! 맞아! 존재의 부정! 그것이 인간에게 가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였어! ]

공치열의 얼굴이 밝아졌다!

" 그, 그럼 우릴 내보내 주는...?! "

[ 그래. 마음에 들었어. 그렇게 복수를 하기로 결정했어. 자네들은 풀어주도록 하지. ]

' 철컹! '

" ?! "
" 아!! "

강철 문의 자물쇠가 풀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셋이 다급히 강철 문으로 달려가는 그때,

[ 그 전에 잠깐! 제안을 하나 하지 ]

" 제안은 무슨 씨불!! "

공치열은 무시하고 문을 잡아 밀었다. 다른 두 사람도 스피커를 한 번 쳐다봤을 뿐 몸은 문으로 향했다. 한데,

[ 30억을 주지. ]

" ?! "

순간적으로 셋의 몸이 멈칫 굳어버렸다!

[ 그놈과 가장 가까운 자네들이 먼저 내 복수를 도와줬으면 하는데, 그게 억지로 시켜서 한 부정이라면 복수가 되지 않겠지? 자네들 스스로의 의지로 그놈을 부정해줘. 가장 내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30억을 주지. 만약 관심이 없다면, 그대로 문밖으로 나가도 좋고 말이야. ]

" ...... "

금방이라도 문밖으로 뛰쳐나갈 것 같았던 세 사람이 못 박힌 듯 멈춰버렸다. 눈치와 갈등의 얼굴빛을 보이는 그때, 홍혜화가 가장 먼저 뒤돌아 걸었다.
마이크 앞에 서는 홍혜화, 곧이어 공치열도 질세라 마이크로 향했다. 김남우도 고민하다가, 마이크 쪽으로 돌아섰다.

[ 좋아. 다른 건 없어. 진심이 느껴지면 돼. 진심으로 그를 부정해봐. ]

먼저 홍혜화가 고백하듯 입을 열었다.

" 저는 사실... 남편의 죽음이 그렇게까지 슬프지 않았어요. 실감이 안 나서 였을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단순하게, 그렇게까지 남편을 사랑하지 않아서 일지도 몰라요. 남편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 제가 들었던 생각은, 남편의 걱정보다는 돈 걱정이었어요. 피해자가 있다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남편이 이대로 장기입원을 한다면 그 병원비는 어떻게 부담해야 하나? 절망적이었죠... 돈 걱정에. "

[ 그래서? ]

" 저는 남편.. 공진열 보다, 돈이 더 중요해요. 지금 이 순간도... "

[ 진심이 느껴지는군? ]

" 진심이에요. "

공치열이 옆에서 경멸하는 눈으로 홍혜화를 노려보았다. 그렇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도 이제 해야 할 말이 있었다.

" 난 어릴 때부터 형이 별로 마음에 안 들었어. 아버지도 없어 힘든 마당에 빨리 취직이나 해서 집안을 도왔으면 했는데, 기어이 공부하겠다고 대학을 가더니, 갑자기 또 음악을 한답시고 되도않는 짓거리를 하고 다니더란 말이야? 미친거지! 제발 철 좀 들었으면 좋겠다고 몇 번을 생각했는지 몰라! "

[ 흠. ]

" 그동안 엄마를 보살핀 건 나였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일을 해야 했던 건 나라고! 형은 단 한 번도 집안에 돈을 보탠 적이 없어. 오히려, 저런 여자랑 결혼한답시고 손이나 벌렸지! "

" ... "

홍혜화가 노려보았지만, 지금은 입을 열 상황이 아니었다.

" 형은 정말, 우리 가족에게 도움이 안 되는 인간이었어. 필요 없는 인간이란 말이야. 형이 죽고 나니 오히려, 짐을 덜었단 생각도 조금은 들어. 솔직한 내 맘이야. "

[ 하. 연기를 잘 하는 건지, 진심인 건지? ]

" 진심이야! 어차피 내게 있어 형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정도의 인물이었어! "

공치열은 정말이라는 듯, 눈에 힘을 주었다. 그 잠깐의 침묵 사이에, 순서를 기다린 김남우가 입을 열었다.

" 진열이는 일을 하면서도, 항상 꿈을 쫓았죠. 지금 하는 일은 잠시일 뿐이고, 언젠가 다시 음악을 할 거란 꿈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진열이가 살아가는 삶의 목적이었습니다. 저희 친구들은 그런 진열이에게 대단하다며, 언젠가는 꼭 꿈을 이룰 것이라며 격려했지만... "

[ 했지만, 아니었다? ]

" 솔직히 말하면, 진열이가 만든 곡은 쓰레기였습니다. 무가치한 곡이죠. 그냥 진열이의 자기만족일 뿐이었습니다. 진열이 인생의 목표였던 음악이란 것은 사실, 진열이의 능력으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환상 같은 것이었습니다. 진열이의 삶은...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무의미한 삶입니다. "

[ 굉장히 아픈 곳을 찌르는 얘기군. ]

스피커 너머의 그가 만족하는 듯한 뉘앙스에, 홍혜화가 다급히 말을 보탰다!

" 저도! 남편의 음악이 가장 꼴 보기 싫었어요! 돈도 제대로 못 벌어오는 주제에, 음악을 한답시고 시간 버리고 돈 버리고. 자기는 언젠가 꼭 가수가 될 거라는데, 속으로 참 우스웠죠. 오디션 프로그램에 오디션 보러 갔을 때는, 웃으며 배웅을 했지만 속으로는 얼마나 짜증이 났는지 몰라요. 어차피 떨어질 거면서 왜 저러는지. 보기 좋게 매번 떨어질 때면, 위로를 하면서도 속으로는 그럴 줄 알았다 생각했어요. 남편은 꿈을 쫓을지만 알지, 재능은 쥐뿔도 없는 존재였어요. "

[ 흠. 그는 가장 가까운 이들에 의해 꿈을 부정당하는 건가? 좋군! ]

눈알을 굴리던 공치열도 질 수 없다는 듯,

" 엄마는 항상 그랬어! 차라리, 내가 장남이었으면 좋겠다고! 형은, 내 배아파 낳은 아들이지만 정말 이해가 안 간다고! 엄마에게도 형은 골칫거리였을 뿐이야! 형을 왜 낳았는지 후회할걸?! 형은 엄마의 짐이고, 최악의 아들이었어! 우리 가족에게 형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사람이었어! "

홍혜화도 급히 마이크에 소리쳤다!

" 솔직히, 제가 아이를 안 가진 이유가 있어요! 형편을 핑계 댔지만, 사실 이런 남편의 아이를 낳아도 될까 하는 불안감이 있었어요! 미래도 불확실하고, 책임감도 떨어지는 남자의 애를 갖고 싶지 않은 마음이 어딘가에 깔려있었을 거예요! 아이 아빠로는 상상할 수 없는, 그런 사람이었어요! "

김남우도 지지않고 이야기를 했다.

" 진열이가 없을 때 우리끼리 술자리 얘기로, 진열이 뒷담화를 많이 했습니다. 한심하다고.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음악 같은 거에 매달려 산다고. 그리고, 다른 친구들은 몰라도 진열이에겐 절대 보증같은 거 서주지 말고 조심하잔 얘기를 했었습니다. 진열이는 친구들에게 믿음을 받지 못하는 그런 존재입니다. "

셋은 앞다투어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공진열은, 가족에게도 필요 없는 사람이었고, 사랑하는 아내에게도 필요없는 사람이었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필요없는 사람이었다.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스피커 너머의 그는 매우 만족스러워햇다.

[ 아- 정말 복수는 좋아. 너무 좋아. 조금이지만, 이 마음을 달래주는군. ]

세 사람은 기대했다. 그의 반응에, 이제 곧 30억의 주인이 호명될 것만 같았다. 한데, 이어진 그의 말은 세 사람의 동공을 사정없이 흔들었다.

[ 그런데, 공진열이 살아있다고 한다면 어떨까? 살아서, 지금 이 방에서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있다면 말이야. ]

" 뭐?? "
" 무, 무슨 개소리야...? "

[ 죽은 줄 알았던 공진열을, 사실은 내가 복수를 하기 위해 죽음으로 위장하여 빼돌렸다면 말이야. 지금 내 옆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자네들이 떠드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면 말이지. 어떨까? 그것이야말로, 정말 '최고의 복수'가 아닐까? ]

세 사람은 섬뜩해졌다. 그의 말이 허투로 들리지 않았다. 불안하게 눈빛이 흔들렸다.
그때, 발악하듯 공치열이 소리쳤다!

" 형은 죽었어...! 이미 죽었다고! 살아있을 리가 없어. 그런 인간, 살아있을 리가 없잖아?! "

홍혜화도 말했다.

" 맞아요! 남편은 분명 죽었어요. 만약에라도, 혹시 병원에서 시체가 사라져 있더라도, 남편은 이미 죽었어요! "

김남우도 말했다.

" 진열이는 죽었습니다. 분명히, 죽었습니다. 나는 그저, 얼른 나가서 진열이의 장례식을 도울 계획입니다. "

[ ...... ]

세 사람은 마치, '죽었다'가 아닌, '죽어야만'한다는 듯이 말을 했다.

[ 그래... 그놈은 죽었지. 그러니까, 이렇게 죽은 자에게만 할 수 있는 복수를 하고 있는 것이고. ]

셋의 얼굴에 약간의 안도감이 느껴질 때,

[ 30억은... 여인에게 주도록 하지. 나머지 두 사람에게도, 감금에 대한 보상은 지급될 거야. ]

" 뭐,뭣?! 아니, 왜 저 여자에게 30억을?! 왜?! "
" 음... "

공치열이 짜증스레 화를 냈고, 홍혜화의 얼굴이 기쁨을 숨기지 못해 씰룩거렸다. 곧,

' 끼이익-! '

강철 문이 움직이는 소리에 셋의 고개가 돌아갔고, 검은 양복에 선글라스를 낀 사내들이 그들에게 위압적으로 손짓했다.
홍혜화가 가장 먼저 앞장서 나가고, 김남우가 뒤따랐다. 공치열은 끝까지 불만을 중얼거리며 방을 나섰다.

모두가 나가고 아무도 없는 텅 빈 방 안에, 스피커 너머의 혼잣말이 흘러나왔다.


[ 왜 저 여자냐고? '박제'가 가장 마음에 들었거든. 안 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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